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는 기존 비만약의 한계인 요요 현상과 주사 투여 방식을 해결해 시장의 ‘게임체인저’ 자리를 노리고 있다. 한미약품은 근육 손실을 최소화해 요요를 줄이고 체중 감량 효과를 높인 차세대 비만약의 글로벌 1상 임상시험에 돌입한다. 디앤디파마텍(347850)은 경구용(먹는 약)으로 편의성을 높이면서도 높은 흡수율로 생산 단가를 낮춘 비만약을 개발 중이다.
배성민 한미약품 연구개발(R&D)센터 상무는 6일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회 바이오메디컬포럼에서 “여러 수입약들이 비만치료제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체지방과 함께 근육이 감소하기 때문에 약을 끊었을 때 요요 현상이 심하다는 점은 문제”라며 “한미약품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근육 손실을 최소화한 차세대 비만약 ‘HM17321’을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HM17321은 비만약 시장 판도를 바꿀 계열 내 최초신약(First-in-Class)의 잠재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근육량 증가에 따라 기초대사량을 늘리는 ‘질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 뿐 아니라 요요 현상 또한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 상무는 “HM17321은 기존 GLP-1 계열 비만약의 근 손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GLP-1 대신 새로운 수용체 ‘CRF2’를 타깃으로 한다”며 “그 결과 쥐 실험에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수준의 체중 감소 효과와 함께 근육이 증가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삼중 작용제 비만약 ‘HM15275’와 섞으면 체중 감량을 극대화하면서 근 손실은 거의 없는 비만약을 개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미약품의 HM15275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과 함께 인슐린분비자극펩타이드(GIP), 글루카곤(GCG) 수용체에 동시 작용해 체중 감량 효과를 극대화하는 신약이다. 반면 위고비는 GLP-1에만 작용하는 단일 작용제, 마운자로는 GLP-1과 GIP에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다. 배 상무는 “HM15275는 기존 비만약과 마찬가지로 GLP-1·GIP에 작용해 식욕이 줄어드는 동시에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신체 에너지 소비량을 증가시켜 기존 비만약보다 체중 감소 효과를 높였다”며 “동물실험에서 일라이릴리가 개발 중인 삼중 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 대비 체중 감량 효과는 더 컸고, 일라이릴리보다 빠르게 미국 임상 2상에 진입한 상태”라고 소개했다.
디앤디파마텍은 먹는 비만약을 개발해 기존 비만약의 가장 큰 단점인 투여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임성묵 디앤디파마텍 최고기술책임자(CTO) 전무는 “비만약과 같은 대사 치료제는 감기약처럼 한 번 먹고 마는 것이 아니라 1년에서 길게는 평생 투여해야 하는 만큼 복약 편의성이 중요하다”며 “특히 많은 사람들이 ‘바늘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만큼 먹는 비만약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디앤디파마텍이 개발한 먹는 비만약의 가장 큰 차별점은 높은 흡수율이다. 주사 제형의 비만약을 먹는 약으로 바꾸면 위에서 소화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흡수율이 필연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체중 감량 효과는 낮아지고, 더 많은 약을 필요로 해 생산 단가는 올라간다. 하지만 임 전무는 “비타민을 펩타이드 약물의 수송체로 활용하고 소화 효소의 작용을 막아 흡수율을 대폭 높였다”며 “원가 절감에도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디앤디파마텍이 미국 멧세라에 기술이전한 먹는 비만약 ‘MET-002o’를 노보노디스크의 먹는 비만약 ‘리벨서스’와 비교한 결과 흡수율은 12.5배에 달했다. 리벨서스는 아침 공복에 물 120㎖와 복용하고 30분 이상 음식물 섭취를 제한하는 등 복잡한 복약 지도를 따라야 하는 반면 MET-002o는 위가 아닌 장에서 흡수돼 복약에 특별한 제한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디앤디파마텍의 약물은 펩타이드 기반의 경구용 비만약이라는 점도 강력한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임 전무는 “다양한 기업이 생산 단가가 낮은 저분자 화합물을 기반으로 먹는 비만약을 만들고 있지만, 저분자 화합물을 사용하면 GLP-1 또는 GIP 단독 작용제만 만들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며 “디앤디파마텍은 펩타이드를 기반으로 해 효능과 안전성 측면에서 저분자 화합물 대비 우월한 비만약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디앤디파마텍이 ‘미국비만학회(Obesity Week) 2025’에서 공개한 GLP-1·GIP 이중 작용제 기반 경구용 비만약 ‘MET-GGo’ 전임상 결과 체중 감소 효과는 29.1%로 동일 용량의 이중 작용제인 일라이릴리의 ‘터제파타이드’(17.7%), 바이킹테라퓨틱스의 ‘VK2735’(18.5%)를 압도했다. 임 전무는 “흡수율을 높인 경구용 플랫폼 기술 ‘오랄링크’와 미국 파트너사 멧세라의 초장기 반감기 기술을 결합해 낮은 용량에서도 저분자 화합물보다 좋은 효능을 내는 의약품을 개발 중”이라며 “내년부터 MET-GGo를 비롯해 멧세라에 이전한 경구용 비만약 임상에 차례차례 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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