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가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성에게도 높은 감량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체중 감량이 1차 치료 전략으로 꼽히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의 특성상 이번 결과는 비만치료제의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데이비드 황 영국 디지털 비만 클리닉 보이 메디컬 디렉터는 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비만학회 2025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비만 혹은 과체중이며 자가보고로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진단받은 여성 424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34세,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35kg/㎡로 대사질환 위험이 큰 집단이다.
이들은 10개월간 주 1회 젭바운드를 투약했고 그 결과 평균 19%의 체중감량 효과를 얻었다. 특히 전체의 90%는 체중의 10% 이상을 감량했고 75%는 15% 이상, 50%는 20%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성 대상 연구 중 최대 규모의 실제 진료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이번 분석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의 적극적 참여 여부도 변수로 작용했다. 화상 영양 상담·AI 코칭·앱 내 체중 추적 등 통합 플랫폼 서비스를 병행한 참가자들은 약물만 복용한 그룹보다 평균 3.8%포인트 더 높은 감량률을 기록했다. 연구팀은 “디지털 관리를 병행한 환자에서는 체중 감량의 정체기도 늦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전체 가임기 여성의 10~15%가 겪는 호르몬 질환으로 △생리불순 △남성형 다모증 △난임 △인슐린 저항성 등 대사 이상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특히 체중 5~10%만 줄여도 생리주기 정상화, 혈당 조절 개선 등 뚜렷한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들이 다수 보고돼 있다. 하지만 기존에는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는 체중 감량이 어려워 적극적인 약물치료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연구를 발표한 황 디렉터는 “이번 결과는 티르제파타이드가 단순한 체중 감량제를 넘어 대사질환 동반 여성에게 효과적인 치료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향후 생리주기, 가임력, 장기 대사 지표까지 확대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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