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사들은 전담 조직 구축 및 인공지능(AI) 스크리닝을 기반으로 유망 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동석 삼정KPMG 전략컨설팅그룹 리더가 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9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생산적 금융을 통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방안’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 리더는 “US뱅크는 방위산업 전담 조직을 설립해 맞춤형 장기 항공우주 자금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며 “코메리카뱅크는 재생에너지 부문 중점 금융지원 체계를 구축해 프로젝트 금융와 기업 신용 설비, 자금 관리 신탁을 제공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웰스파고는 AI를 기반으로 고객과 산업 빅테이터 분석을 통해 유망 산업군을 발굴한다”며 “세제형 PF를 활용해 정책과 민간자본을 연계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개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웰스파고 모델은 정부가 신재생 인프라 개발사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면 개발사가 이 혜택을 금융사에 양도하고 금융사는 PF를 통해 개발사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리더는 “웰스파고는 미국 38개 주에서 총 184억 달러 규모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해 정부의 세제 인센티브를 민간 자본과 연결했다”며 “단기적 이익보다는 국가 성장 인프라를 키우는 생산적 금융의 성공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JP모건체이스도 들여다볼 만한 사례다. JP모건체이스는 매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을 면밀히 살펴본 뒤 조기에 기회를 포착해 선제 투자에 나선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도 그중 하나다. 이 리더는 “JP모건은 2014년 그래픽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보고 일찌감치 엔비디아 투자에 나섰다”며 “누구도 엔비디아의 시총이 그 사이 500배 이상 불어날 것이라 예측하지 못했지만 JP모건은 미래 통찰력을 기반으로 선제적 투자에 나섰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리더는 무형자산 평가를 통한 생산적 금융 강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HSBC 등 선도 은행은 외부 전문 AI기반 툴을 활용해 펀드를 운용한다”며 “무형자산과 지식 기술이 기업가치의 핵심 동력이며 이처럼 보이지 않는 가치를 평가해 성장을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리더는 또 일찌감치 금산분리 규제를 허문 일본의 사례를 들며 제도 개선을 통한 ‘금산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금산분리 제도가 금융의 산업 지배를 막는 데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결과적으로 금융과 산업의 협업 자체가 제약을 받는 구조적 모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회사의 역할을 경영에 관여하지 못하는 ‘재무적투자자(FI)’로 묶어두다 보니 금융사가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산업을 육성·지원하기보다는 리스크를 줄이는 데 몰두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는 “일본 금융기관들이 한국보다 생산적 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정부 정책과 제도가 금융이 산업의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서”라며 “한국 금융이 산업의 ‘자금 공급자’라면 일본 금융은 산업 성장의 ‘전략적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이 리더는 일본 금융사들은 개별 기업과 특정 프로젝트를 공동 기획하거나 투자 결정 과정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지만 한국 금융사는 대출을 줄이거나 늘리는 식으로 간접적으로만 관여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 영역에 대한 투자 비중이 주요 국가들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는 진단이다. KPMG에 따르면 비생산적 분야에 투자된 자본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15%로 미국(8.5%)이나 일본(12%) 등 해외 선진국 수준을 크게 웃돈다. 이 리더는 “GDP의 0.1%포인트 정도 자금이면 500~1000개 정도의 혁신 기업을 만들 수 있는 시드머니(종잣돈)”라면서 “(미국과 비교해도) 7~8%포인트 정도로 엄청난 차이가 벌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 리더는 생산적 금융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 금융사의 자체 혁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 △운영 체계 혁신 및 진화 △기업 생애 주기 동반 금융 강화 △성장 섹터 리더십 확보 △성장의 순환 구조 구축 △금융 3축 성장 엔진 강화 등 다섯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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