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 가운데 카드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10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 수수료 인하 압박에 실물 카드 없이 결제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인데 신용·체크카드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결제 비중도 감소해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 15조 8100억 원 중 카드 계열사의 순이익은 937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6% 수준이다. 2015년만 해도 카드사가 그룹사 순이익의 19%를 담당했던 점을 감안하면 10년 만에 3분의 1 토막 난 셈이다.
카드사는 성장이 사실상 정체된 상태다. 금융지주 계열 카드 4사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1조 3780억 원으로 2015년 대비 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4대 금융지주 순이익은 170%(6조 340억→16조 3530억 원)나 성장했다. 보험사·증권사 등 새로운 금융사를 인수·육성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한 영향이다.
카드사는 금융 지주 내 입지 역시 약화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2015년 354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려 지주 전체 순이익의 21%를 차지했지만 역성장 등 부침을 겪으면서 올해 9월 말에는 5%까지 비중이 줄었다. 신한카드도 2015년 29%에서 현재 9%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하나카드는 2014년 말 외환카드와 합병한 효과에 힘입어 지주사 내 순이익 비중이 늘었다.
카드사의 우울한 성적표의 근본 원인은 본업의 수익성이 악화한 데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장기화된 소비 침체 속에서 가맹점 수수료는 지난 10여 년간 인하를 반복하며 수익 구조가 취약해졌다. 가맹점(연매출 3억 원 이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2015년 말 1.3%에서 현재 0.4% 수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조달비용·대손비용 등 여러 비용 요인이 지속적으로 늘며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업계는 앞날이 밝지 않다는 점에 더 큰 우려를 하고 있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가 할인·포인트 혜택을 앞세워 간편결제를 대중화한 영향으로 카드리스 결제 행태가 정착되고 있다는 점도 적지 않은 위기 요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신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부가 지급한 두 차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중 신용·체크카드 결제 비중은 68.8%에 그쳤다. 2021년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 당시 신용·체크카드 결제 비중(72.1%)과 비교하면 불과 4년 사이에 3.3%포인트가 하락한 것이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수익 기회를 포착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보안 비용 등 비용 요인도 쌓이고 있다”며 “단기간 내 업황이 반전될 기미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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