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처럼 불고기나 비빔밥·김치 등 몇 가지 메뉴만을 중심으로 ‘한식의 세계화’에 접근하는 것은 이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과거 외국인들은 고추장이나 된장 냄새가 강하고 반찬이 많아 복잡하다며 한식을 낯설게 여겼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K팝과 K드라마의 영향으로 한식이 전 세계에 자연스럽게 확산되면서 한식을 다이내믹하고 흥미로운 음식 문화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말 취임해 이달 임기 2년 차에 접어든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를 알리는 데 더욱 힘을 쓰고 있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고 K푸드 수출액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정도로 한식의 글로벌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한식진흥원은 이런 흐름에 일조하고 또 K푸드의 인기를 지속가능한 문화·산업 자산으로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식진흥원은 올해만 하더라도 19개국, 1697개 회원사로 구성된 ‘해외 한식당 협의체’를 구성하고 한식 쿠킹 클래스와 북 콘서트, 전시 등을 개최하는 ‘한식문화공감 이음’을 운영하는 등의 활동을 벌였다. ‘아시아 50베스트 레스토랑’과 14개 재외공관과 연계한 외국인 대상 한식 요리 경연대회 등도 개최했다. 이 이사장은 “K콘텐츠로 한식을 접한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한식진흥원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이사장은 K푸드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한식의 스펙트럼이 더욱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 한식뿐 아니라 현대 한국인들이 만든 불닭볶음면과 명랑 핫도그 등의 퓨전 분식도 K푸드”라며 “‘발효’나 ‘장 문화’ 등 핵심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한식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표 한식으로 꼽히는 삼겹살이 사실 1970년대에 들어서야 대중적인 음식이 된 것처럼 과거의 정통성에만 집착하는 것은 한식의 저변 확대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처음 한식의 세계화를 추구할 때 정통성만 고집하는 분들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심지어 한국식 치킨을 한식으로 분류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들도 있었는데 2016년 치킨이 외국인이 먹고 싶은 최고의 한식으로 처음 선정되면서 이런 논쟁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2027년 목포에 출범 예정인 ‘향토음식진흥센터’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향토음식진흥센터는 서민들의 삶과 밀접한 향토 음식과 사찰 음식의 미식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를 지역 음식 산업화와 연계해 대중적 확산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한식진흥원은 향토음식진흥센터를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전국 각 지역의 향토 음식을 발굴하고 보존·기록·연구하는 플랫폼으로 만들 방침이다. 이 이사장은 “일각에서는 ‘사라지는 음식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하지만 음식은 한 지역의 문화와 정신·정체성이 응축된 결과물인 만큼 반드시 기록과 보존을 해야 한다”며 “‘나주곰탕’이나 ‘돼지국밥’ 같은 향토 음식은 지역의 역사와 생활이 담긴 산물인 만큼 단순히 ‘옛날 음식’이라고 치부할 게 아니라 지금 세대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이어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토음식진흥센터를 통해 지역의 전통 음식이 산업화나 관광 자원으로 발전하도록 할 것”이라며 “전국의 노포나 지역 셰프, 청년 인재들과도 협업해 향토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한식의 미래 실험실’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식진흥원은 매년 ‘한식 컨퍼런스’도 개최하고 있다. 올해 행사는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됐는데 전통과 창의가 만나는 한식의 미래를 주제로 한식의 핵심 자산인 ‘채소 발효 문화’와 ‘한식의 미래 인재 양성, 연구 생태계 구축’을 중심으로 성황리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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