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금융이 자금 중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사회·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이는 금융기관에 대한 사회적 존중도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9회 서경 금융전략포럼’ 기조강연 뒤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Q&A)에서 “사회는 금융기관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지 의문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생산적 금융을 위해서는 이익을 내 자본 여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질문에 “자본 여력이 생겨야 대출도 하고 금융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열심히 활동해서 얻는 정산 이익은 자기 활동으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금융권이 리스크가 낮은 담보·보증 상품 위주의 영업에 치우쳐 신산업으로 자금을 공급해 경제 선순환을 만드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고 봤다. 그는 “금융이 본연의 자금 중개를 계속하고 있는지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사회에서의 문제 제기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금융이 실물의 발전을 도와 실물이 금융에 새 수요를 주고 이를 통해서 지속 가능 기반을 마련한 뒤 동반 성장해나간다면 그런 요구는 적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약속했다. 그는 “정부·정책 기관이 참여해 안정성이 보장되는 정책펀드의 위험가중치는 100%”라며 “다만 현재는 금융감독원이 건별로 승인을 해줘야 하는데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확실히 100%가 적용될 수 있게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정부의 생산적 금융 강화 기조에 부동산 대출 규제가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는 “한국이 부동산에 많이 얽혀 있는 것이 바람직한가, 금융시장 전체 측면에서 바람직한가를 봐야 한다”며 “당국은 첫 번째로 총량적인 측면에서 경상성장률보다 낮은 성장률로 관리해 가계대출을 계속 안정적으로 갖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으로 가는 부분은 공급과 수요가 있는데, 공급은 금융사에서 하는 것인데 그것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을 상향하면 부동산으로 가려는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며 “대출에 대한 수요도 관리가 되도록 총부채상환비율(DSR) 관리를 잘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총량과 공급·수요 세 측면에서 지금의 관리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경제신문의 기획 보도를 인용, 부동산 금융의 위험성과 체질 개선의 이유를 설명해 호응을 얻었다. 그는 “환란 후 은행권 기업대출의 부가가치가 반 토막이 났다”며 “부동산에 금융이 쏠렸던 스페인의 사례가 무엇을 시사했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한국 금융의 미래 방향을 논의하는 맥락에서 본인 이름과 관련한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제 이름에 대한 반응 중 한 가지는 ‘액수가 작다. ‘이(2)조 원’은 돼야 하지 않느냐’다”라며 “제가 태어난 1967년 당시 ‘2조 원’은 상상할 수 없는 비현실적 숫자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가 이렇게 급속도로 발전하고 화폐 가치가 급락할지는 어느 분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제 이름이 가장 대표적인 미래 예측 실패 사례”라고 말해 좌중에서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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