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여파로 우리 사회 소득 이동성이 3년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 해 동안 소득이 늘어 계층이 상승한 국민도 10명 중 2명 선에 그쳤다. 대한민국의 계층 이동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데이터처는 27일 이 같은 내용의 ‘2023년 소득 이동 통계’를 발표했다. 이 통계는 15세 이상 국민을 근로·사업소득 수준에 따라 분위(계층)로 나눈 뒤 매년 계층 간 이동 양상을 분석한 것이다. 농업 등 비과세소득·미신고소득과 근로·사업소득이 아예 없는 경우는 제외된다.
이번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소득 1분위 국민이 2023년 2~5분위로 올라선 비율은 29.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분위 국민의 계층 이동률은 2020년 32.2%에서 매년 하락해 처음으로 30% 선 아래로 떨어졌다. 최저소득 계층이 고연봉 직장에 취직하거나 사업에서 성공을 거둔 빈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2023년 기준 소득 1분위에서 5분위로 수직 상승한 비율은 0.4%에 불과했다. 이른바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연령대별로는 15세 이상~39세 이하 청년층의 1분위 탈출률이 1년 만에 40.1%에서 38.4%로 1.7%포인트 감소했고 40~64세 중장년층의 1분위 탈출률도 32.1%에서 31.9%로 줄었다. 반면 65세 이상 노년층은 11.2%에서 11.5%로 상승했는데 복지 일자리 확대 등에 따라 이 계층의 소득이 늘어난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7년 상위 20%였던 국민이 2023년까지 5분위에 머문 비율은 59.3%에 달했다. 일정 수준 계층에 올라서면 다시 내려갈 확률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1년 단위로 봐도 2023년 5분위자의 소득유지율은 85.9%로 전 계층 중 가장 높았다.
고소득자뿐 아니라 저소득자의 계층 이동 성향도 둔화됐다. 모든 계층을 통틀어 상향 이동 비율과 하향 이동 비율을 더한 ‘소득이동성’은 2020년 35.8%였으나 2023년 34.1%로 둔화했다. 상향 이동률(17.3%)과 하향 이동률(16.8%)이 모두 감소해 우리 사회 전체의 활력이 저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데이터처의 한 관계자는 “소득이동성이 높다는 것은 개인의 노동시장 성과에 따라 사회이동이 가능하다는 의미지만 경제적 안정성이 낮다는 뜻이기도 하다”면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동성이 커진 후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계층 간 불평등은 상당 부분 완화되고 있다. 2023년 기준 소득 5분위배율은 5.72배로 2021년(5.83배) 대비 0.1배가량 개선됐다. 소득 5분위배율은 소득 상위 20%(5분위)의 평균 소득을 하위 20%(1분위)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값이 클수록 불평등이 크다는 뜻이다.
최바울 데이터처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은 “국제 비교 기준은 없지만 소득이동성이 40~50% 이상이면 사회가 불안정한 상태로 해석될 수 있다”며 “현재의 30%대 수준은 비교적 안정적 범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이동성은 청년층이 활발하기 때문에 청년 비중이 증가하거나 청년 고용률이 많이 올라가면 상향 이동도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성별로 보면 남성의 상향 이동률은 16.6%, 여성은 18.1%로 여성이 더 높았다. 여성은 노동시장 진입·이탈이 잦고 육아휴직 후 조기 복귀 등으로 경제활동을 지속하는 경우가 늘면서 이동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남성은 5분위(27.9%), 4분위(23.3%) 비율이 높았고 여성은 1분위(26.2%), 2분위(23.8%), 3분위(23.3%)에서 많아 남녀 간 소득 격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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