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가 주요국 통화 가운데 큰 폭으로 떨어지며 원·달러 환율이 6개월 만에 1440원선을 넘어섰다. 코스피 지수가 '4000피' 돌파를 목전에 뒀지만 미국과의 관세 협상 지연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원화 가치를 짓누르고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24일 전주보다 17.2원 오른 1439.4원에 야간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에는 1441.5원까지 상승하며 4월 29일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10일 1430원을 넘어선 데 이어 23일에는 1440원까지 뚫으며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였다.
최근 환율 상승은 대미 투자 해법을 둘러싼 뚜렷한 진전이 없는 가운데 관련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기준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달 말 대비 2.3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1.31% 절상됐는데, 원화는 이보다 더 크게 떨어졌다.
한미 양측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타결을 목표로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인데 주요 쟁점인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에서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한 달 새 약 35원 정도 올랐는데, 4분의 1은 달러 강세, 4분의 3은 지역·국내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국내 요인으로 미·중 갈등에 따른 위안화 약세, 일본 확장정책 기대감에 기인한 엔화 약세, 한미 관세 협상과 3500억달러 대미 투자 조달 우려 등을 언급했다.
내국인 해외투자 증가세는 원·달러 환율 하단을 높이는 구조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 총재는 "내국인 해외증권투자가 환율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올해 들어 외국인 국내증권투자보다 우리가 나가는 게 거의 4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올해 1∼8월 거주자 해외증권투자액은 886억 5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외국인 국내증권투자(205억 3000만 달러)의 약 4.3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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