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증권사들이 기업들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올려 잡고 있다. 국내 증시 활황으로 시중자금 유동성이 풍부해진 가운데 반도체·증권 등 일부 업종의 깜짝 실적 기대감이 맞물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국내 증권사들이 발간한 목표주가 상향 의견이 나온 보고서는 총 439건으로 하향 보고서(173건) 보다 2.54배 가량 많다. 올 3분기(1857건·4.31배) 보다는 적지만 1·2분기 상향·하향 보고서 개수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달 들어 기업들의 목표주가를 올린 증권사들이 많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증권사들이 기업들의 목표주가를 상향한 배경은 국내 증시 호황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자리잡고 있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사천피'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올 4월 미국 관세 정책 여파로 228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 지수는 6개월여 만에 무려 73%나 폭등했다. 올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의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자금 유동성 확대, 7년 만에 찾아온 반도체 산업 대호황 등이 맞물리며 외국인 투자가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국내 증시를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 외에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는 증권사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교보증권은 ‘효성중공업(298040)’의 목표 주가를 상장사 중 최고 수준인 200만원으로 올렸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북미·유럽에서 대형 변압기 수주를 잇달아 따내며 가파른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 교보증권은 효성중공업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52.2% 늘어난 1696억 원으로 추정하며 시장 예상치(1546억 원)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효성중공업 주가는 이달 24일 장중 한때 196만 원까지 올라 목표가 달성에 근접했다.
‘HD현대일렉트릭(267260)’ 역시 글로벌 전력 수요 확대의 대표 수혜주로 꼽힌다. 신한투자증권과 SK증권은 HD현대일렉트릭이 조만간 ‘황제주(주가 100만 원)’ 대열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상호 관세라는 역풍을 뚫고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산(000150)도 차기 황제주 후보 중 하나다. 유진투자증권과 DS투자증권은 최근 두산의 목표 주가를 나란히 100만 원으로 상향했다. 자회사 두산에너빌리티(034020)·두산로보틱스(454910)의 주가 강세와 반도체 산업 호황이 맞물리며 그룹 전반의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주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삼양식품(003230) 등 대형주의 목표 주가도 줄줄이 상향됐다. 반면 POSCO홀딩스(005490)(포스코홀딩스)·크래프톤(259960)·휴젤(145020) 등은 실적 부진 우려에 목표 주가가 하향 조정돼 희비가 엇갈렸다.
대형 업종을 중심으로 한 실적 랠리가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지만 정책적 뒷받침이 병행돼야 상승 랠리가 지속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기 수급과 실적 모멘텀만으로는 외국인 투자자 등을 끌어모으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3차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율 인하 등 증시 활성화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와 세제 합리화가 병행되면, 외국인 투자 심리 개선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이어져 사천피 돌파 이후 오천피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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