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골드바 무기명 현금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구매 기록이 남지 않는 거래가 늘어나면서 재산 세탁이나 세금 탈루 등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한국조폐공사와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에 따르면, 조폐공사는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총 210억4100만 원 규모의 골드바를 무기명 현금거래로 판매했다. 이는 현금으로 결제하되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지 않은 거래를 의미하며, 국세청 등 세무당국에 공유되지 않아 탈세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기명 현금거래 규모는 2023년 86억3000만 원, 2024년 151억700만 원에서 올해 들어 이미 210억 원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증가했다. 연말까지는 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건수 역시 2023년 600건, 2024년 867건, 올해 1~9월 965건으로 늘어나며 2021년(1671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전체 골드바 판매액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무기명 현금거래의 비중은 점차 줄고 있다. 전체 판매 금액은 2022년 206억7600만 원, 2023년 250억5500만 원, 2024년 513억4900만 원, 올해 1~9월 975억6800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무기명 거래 비중은 2022년 37%에서 2023년 34%, 2024년 29%, 올해 1~9월에는 22%로 감소했다. 건수 기준 비중도 같은 기간 29%→25%→23%→18%로 낮아졌다.
한편 금값은 최근 온스당 4400달러(한화 약 633만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에 조폐공사는 지난 1일부터 시중은행에 골드바 전 제품 공급을 잠정 중단했다. 조폐공사는 “원자재 수급이 불안정해 당분간 공급 차질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은 거래 역시 급증세다. 같은 기간 실버바 무기명 매입액은 2억8000만 원으로 지난해(300만원) 대비 약 93배 늘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불안과 미중 무역 갈등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높아진 데다, 귀금속의 가격 상승세가 맞물리며 투자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무기명으로 거래된 귀금속은 세무당국의 추적이 어려워 상속세·양도세 회피나 불법 자금 은닉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조폐공사와 국세청의 공조를 강화하고,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고액 귀금속 현금 거래에 대한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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