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끝내 기회를 잡지 못하고 숨진 환자가 3100명에 육박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수도권과 지방 간 장기이식 기회 격차도 극명해 전체 이식수술의 70%는 수도권에서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총 3096명으로 2020년(2191명) 대비 약 1.4배 늘며 역대 가장 많았다. 장기별로는 신장 대기 중 사망자가 1676명(54.1%)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간장 1117명(36.1%) △심장 142명(4.6%) △폐 88명(2.8%) 등 순이었다.
같은 기간 장기이식 대기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20년 3만 5852명이던 대기자는 올해 8월 기준 4만 6935명으로 약 30% 증가했다. 반면 뇌사 기증자는 지난해 397명이었고, 올 8월은 242명에 불과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이식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현재 신장은 2963일, 췌장은 2800일이 걸려 8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지역 간 장기이식 의료 인프라 격차는 심화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이뤄진 7515건의 장기이식 수술 가운데 약 70%(5201건)가 수도권에서 이뤄졌다.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경북은 단 한 건도 없었고, 전남도 5건(0.1%)에 불과해 사실상 장기이식 사각지대로 드러났다. 지방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지방에서 뇌사 장기기증 희망자가 발생했을 경우 수도권 의료진이 지방으로 내려가 장기를 적출한 뒤 수도권 병원으로 돌아가 이식을 진행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광웅 대한간이식학회장은 "장기이식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장기 적출·이송 네트워크 구성 사업'이 필요하다"며 "의료진이 지역을 오가며 장기를 적출하는 방식은 소모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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