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업체들이 참가한 올해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는 무인 무기 시스템이 대거 등장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효과를 입증한 드론에 대한 통합 대응 체계도 관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ADEX에서 개발을 막 완료했거나 개발 중인 다양한 무기 체계를 대거 선보이면서 K방산의 높은 기술력을 뽐냈다.
21일 공식 개막한 ‘ADEX’에는 35개국에서 600개 업체가 참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직전에 열렸던 2023년 ADEX에는 35개국 550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참여국과 기업 모두 증가했다. 국내 방산업체들도 총출동했다. 한화시스템(272210)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를 비롯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079550) 등 대형 방산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들도 전시장의 한 켠을 차지하면서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을 모았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이뤄진 한화그룹의 부스였다. 한화시스템은 초저궤도 초고해상도 지구관측(VLEO UHR SAR) 위성의 목업(실물 모형)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는데 이 위성은 15㎝급 해상도로 지구 상공 400㎞ 이하 초저궤도에서 지상의 휴대폰·생수병과 같은 15㎝ 크기 물체까지 정밀하게 식별이 가능하다. 한화시스템이 독자 개발 중이다. 한화시스템은 또 국산 전투기 KF-21 등에 쓰인 최첨단 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다의 ‘4종 풀 패키지’도 이번 ADEX에서 소개했다. △KF-21 AESA 레이다 △국내 최초 공랭식 기술이 적용된 무인전투기용 AESA 레이다 △미국 제너럴아토믹스의 단거리 이착륙 무인기 Gray Eagle-STOL용 소형 AESA 레이다를 비롯해 유럽 대표 항공우주∙방산 기업인 레오나르도와 공동 개발 중인 경전투기용 AESA 레이다(GRIFO-EK)가 최초로 내보였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제너럴아토믹스와 공동 개발 중인 단거리 이착륙 무인기 그레이 이글(Gray Eagle-STOL) 목업을 처음 공개했으며 ‘한국형’ 궤도형 무인지상차량(UGV) ‘테미스’를 비롯해 ‘아리온스멧’ ‘그룬트’ 등 소형 UGV 라인업을 내놓았다.
현대로템(064350)은 기아(000270)·현대위아와 함께 현대차그룹 통합관을 꾸려 메타엔진, 덕티드 램제트 엔진, 극초음속 이중 램제트 엔진 등 우주발사체와 유도무기 등 비행체에 탑재되는 엔진을 최초로 공개했고 수소연료전지 기반 무인 모빌리티 전동화 플랫폼인 블랙 베일이 처음 공식석상에 등장했다. 기존 주력 제품군인 차륜형장갑차에 수소 플랫폼을 장착한 수소 차륜형장갑차가 함께 전시했고 아울러 폴란드형 K2 전차도 실물로 처음 공개됐다. 기아는 타스만 군용 지휘차 실물이 베일을 벗었다. 타스만 군용 지휘차는 정통 픽업 특유의 오프로드 성능과 안전·편의 사양을 기반으로 무전기와 안테나 등을 장착해 작전 운용능력을 강화한 차량이다. 지난달 한국 군의 표준 지휘용 픽업으로 선정돼 연내에 실전 투입된다. 또 올해 6월 선보였던 차세대 중형표준차(KMTV)도 전시했다.
LIG넥스원은 KF-21에 탑재될 3종의 항공무장을 발표했다.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한국형 타우러스로 불리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천룡’, 공중에서 함정을 타격하는 공대함 미사일을 전시했다. 이와 함께 △전자전기 △초고해상도 합성개구레이다(SAR) 위성 △수직이착륙형 사단급 중형 무인기 △장갑차에 드론 식별·탐지·무력화 장비를 탑재한 대드론 통합 대응 체계도 처음 내보였다.
KAI는 차세대 전투 체계(NACS)를 최초 공개했다. NACS는 △KF-21 전투기와 무인 전투기, 다목적 무인기 편대를 동시에 운용하는 차세대 유무인 복합 전투 시스템 △공중 혹은 지상에서 쏘아 올린 무인기를 지휘하는 시스템 △전투함정에서 해상형 무인 전투기 또는 해상 초계 무인기를 통제하는 시스템 등으로 구성됐다. 이와 함께 KAI는 에어버스와 특수임무항공기·고속중형기동헬기 등 다양한 항공우주 분야 협력을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미국의 크라토스와도 유무인복합체계(MUM-T) 분야 상호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이번 ADEX를 통해 글로벌 방산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해나갔다. 대한항공(003490)도 시험비행을 앞둔 저피탐무인편대기 시제기와 중형타격무인기 시제기, 소형협동무인기의 목업을 전시했다. 이 외에도 STX엔진(077970)은 국내 자체 개발한 방위산업용 SMV 엔진 전체 라인업과 미래 동력원 솔루션을 발표했다. K9 자주포와 레드백 장갑차에 적용되는 1000마력급 SMV1000 엔진과 궤도형 장갑차·차륜형에 적용되는 SMV350·520·750 시리즈 엔진 및 중궤도 전차에 적용되는 V1360 엔진을 실물과 모형으로 전시했다. SMV350·520·750 시리즈 엔진은 차세대 궤도형 장갑차와 차륜형 플랫폼에 적용될 국내 엔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SNT다이내믹스도 이번 ADEX에 새로운 무기 체계를 대거 공개했다. △1700마력급 중전차용 국산 파워팩 △1000마력급 궤도차량용 국산 자동변속기 △전동 구동장치(EDU·Electric Drive Unit) △전동화 차축(e-Axle) △소형전술차량(LTV) 탑재형 120㎜ 박격포체계 △3포열 20㎜ 터렛형 기관총체계(TGS·Turreted Gun System) △12.7㎜ K6 중기관총을 전시했다.
ADEX 현장에서는 수출 상담회도 열렸다. KOTRA는 산업통상부·방위사업청과 협업해 ADEX 현장에서 ‘한국 방산·보안 수출 상담회(KODAS)’를 개최했다. 올해 참가 기업은 국내 기업이 120곳으로 지난해보다 약 50% 늘었고 바이어도 전 세계 32개국에서 80여 곳이 방한해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대형 방산업체들은 자신만의 수출 네트워크를 갖고 있지만 중소 기업들은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해 마련된 자리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산 무기 수출이 늘면서 한국 방산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에서 부쩍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은 물론 해외 바이어들의 참여도 늘면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방산 업체들의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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