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주택 수 중심의 부동산 과세 체계를 주택 가액 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시사한 가운데 재산세 부담이 2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관가에 따르면 정부가 15일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서 거론한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안’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올리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세제 당국은 그동안 부동산 규제가 낮은 보유세 수준을 그대로 둔 채 다주택자만 타깃으로 하면서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부추겼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보유세 강화 필요성과 관련해 경제수장의 발언 수위가 연일 높아지고 있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가의 집을 보유하는 데 부담이 크면 집을 팔 것이고, 부동산 시장에도 유동성이 생길 것”이라며 “부동산 보유세 강화가 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게 과세를 해야 한다는 ‘응능부담’에도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13일 국정감사에서 “똘똘한 한 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언급한 것보다 더욱 구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토지+자유연구소가 지난달 말 발간한 ‘OECD 국가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비교 가능한 회원국 30개국 중 20위에 그쳤다. 연구소는 회원국의 부동산 세수 총액을 민간 부동산 자산가치 총액으로 나눠 실효세율을 계산했다. 한국의 실효세율은 상위권 국가인 이스라엘(1.24%), 그리스(0.94%), 미국(0.84%) 등보다 5~8배 낮았고 OECD 회원국 평균(0.3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율(1.0%)은 OECD 평균(0.95%)과 비슷한 수준이며 총조세 대비 보유세비율(3.48%)은 OECD 평균(2.85%)을 웃돌았다. 이는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매우 높은 반면 조세 부담률은 낮기 때문으로 실질적인 보유세 부담은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다.
이진수 연구위원은 “2023년 실효세율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감세 정책이 초래한 결과”라면서 “목표 실효세율을 제시하고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