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298380)가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 신약 품목허가를 노린다. 파트너사 컴퍼스테라퓨틱스(컴퍼스)가 개발 중인 이중항체 신약 ‘ABL001’은 내년 상반기 공개되는 미국 임상 결과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조기 승인에 도전할 계획이다. 아울러 자체 개발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의 미국 임상 1상도 준비 중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의 파트너사인 컴퍼스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17일 4.26달러에 거래돼 올 3월 31일 1.90달러의 2.2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컴퍼스가 올 4월 1일 발표한 ABL001의 진행성 담도암 환자 대상 미국 임상 2/3상 톱라인(주요 지표)에서 담도암 2차 치료제로서 승인 가능성을 입증하면서 기업가치가 껑충 뛴 것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18년 컴퍼스에 VEGF-A와 DLL4를 표적으로 하는 이중항체 신약 물질 ABL001의 글로벌 권리를 이전했다. ABL001은 암 조직 내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해 암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방식의 치료제다.
컴퍼스는 내년 상반기 항암 신약 승인의 핵심 지표인 전체생존율(OS)과 무진행생존기간(PFS)을 포함한 임상 결과를 발표한다. 이 결과에 따라 미 FDA로부터 조기 품목허가를 기대할 수 있다. 담도암은 희귀질환으로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질환이다. 수술이 불가능하고 표준 치료요법에 실패한 2차 담도암 환자에게는 화학치료제 ‘폴폭스’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ABL001은 임상 2/3상 톱라인에서 폴폭스 대비 약 3배 이상의 객관적반응률(ORR)을 보였고 FDA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다”며 “긍정적인 임상 2/3상 결과가 나오면 신약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또 다른 이중항체 신약 ‘ABL111’을 기술이전 받은 아이맵의 주가도 올 7월 유럽종양학회 소화기암 학술대회(ESMO GI) 이전 2.34달러에서 5.77달러까지 상승했다. 아이맵은 ESMO GI에서 전이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ABL111, ‘니볼루맙’, 화학치료제를 삼중 병용하는 임상 1b상 용량 증량 파트에서 ORR 71%, 질병조절률(DCR) 100%라는 고무적인 데이터를 발표했다. 내년 1분기에는 임상 1b상 용량 확장 파트의 톱라인 공개와 후속 임상 2상 진입, 적응증 확장을 위한 추가 임상 1b상 진입이 예정돼 있다. 아이맵은 이를 위해 올 8월 6500만 달러(약 9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아이맵은 이렇게 높아진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홍콩증권거래소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ABL111은 에이비엘바이오의 4-1BB 기반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T’가 적용된 이중항체 중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르다”며 “ABL111이 임상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만큼 ‘ABL503’, ‘ABL103’ 등 다른 그랩바디-T 기반 신약 물질의 가치도 동반 상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체 이중항체 ADC도 개발하고 있다. 이중항체 ADC는 기존 단일항체가 아닌 이중항체에 페이로드(약물)를 링커로 연결한 항암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론자의 자회사인 ADC 전문 기업 시나픽스의 링커-페이로드 기술을 활용해 이중항체 ADC ‘ABL206’과 ‘ABL209’ 등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중항체 ADC 개발을 전담할 미국 법인 네옥바이오에 42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네옥바이오는 미국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협력해 이들 물질의 임상 1상을 준비 중이다.
에이비엘바이오의 뇌혈관장벽(BBB) 투과 플랫폼 ‘그랩바디-B’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 받았다. BBB는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약물의 뇌 전달도 방해해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의 장애물로 꼽힌다. 그랩바디-B는 IGF1R을 표적으로 해 약물의 효율적인 BBB 투과를 돕는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 4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체결한 최대 21억 4010만 파운드(약 4조 1000억 원) 규모의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시작으로 그랩바디-B 사업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짧은간섭리보핵산(siRNA) 등 새로운 치료법(모달리티)으로 그랩바디-B 적용 영역을 확장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정희령 교보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BBB 투과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그랩바디-B 추가 기술이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그랩바디-T 또한 계열 내 최고신약(Best-in-Class)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는 ABL111의 임상 결과에 따라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