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위기경보가 1년 8개월 만에 해제되며 정부가 사실상 ‘의료대란 종료’를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으로 의료체계가 흔들린 지 600여 일 만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전공의 복귀 이후 의료체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오는 20일 0시를 기해 해제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진료 공백이 심화되자 2월 23일 ‘보건의료 재난’을 선포하고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상향했다. 이후 1년 8개월간 전국 의료기관에 비상진료체계가 가동됐다.
정 장관은 “의료계와의 대화 재개를 통해 상호 협력의 기반을 마련했고, 현재 진료량은 평시의 95% 수준을 회복했다”며 “응급의료 수용 능력 역시 대부분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심각 단계 해제에 따라 비상진료체계 하에서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수가(의료서비스 대가) 조치도 종료된다. 다만 정부는 비상진료를 통해 효과가 입증된 일부 제도는 상시화하기로 했다. 정 장관은 “진료지원 간호사, 비대면 진료, 입원전담전문의 등은 자원 효율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며 “이들 제도의 제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 장관은 의료현장에 대한 사과도 전했다. 그는 “지난 1년 8개월간 의정 갈등으로 불편을 겪은 환자와 가족에게 위로와 사과를 드린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현장을 지켜준 의료진과 119 구급대, 공무원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심각단계 해제’를 의료 정상화의 전환점으로 삼아 의료현장 복구와 필수의료 강화 정책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지역 필수의료 인프라 확충 등 구조적 개혁을 병행해 신뢰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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