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영향으로 약세를 보여온 2차전지 기업 주가가 최근 급등하고 있다. 9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최대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요 정체를 벗어나 관련 기업 실적이 본격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되는 모습이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최근 급등세가 순환매(특정 종목 주가가 일시적으로 오르면 관련 기업으로 매수세가 이동하며 주가가 동반 상승하는 현상)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1시 31분 현재 에코프로는 전 거래일 대비 24.96% 오른 7만 2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한때는 7만 34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에코프로는 전날 14.0% 급등하며 장을 마감했다. 에코프로비엠은 같은 시각 전장 대비 12.59% 오른 16만 1000원에 거래되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은 2.02% 상승하는 중이다. 전날 에코프로비엠은 12.9%의 가파른 오름폭을 보였고 LG에너지솔루션은 8.8% 상승했다.
산업계에서는 2차전지 기업의 주가 상승이 최근 시장 수요 회복에 따른 것이라고 본다. 영국 시장조사 업체 로모션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9월 대비 20% 늘어난 210만 대를 기록했다. 이는 순수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를 합한 숫자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 판매량이다. 본래 ‘일시적 수요 부진’을 뜻하는 캐즘이 전기차 산업에서 장기간 있지만 최근 판매량 반등으로 업황이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이는 에코프로 등 2차전지 기업의 실적 턴어라운드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최근 급등 흐름의 배경을 순환매에서 찾는다. 전기차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시적 호재에 따른 단발성 상승이라는 것이다.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 흐름은 지속되고 있어 2차전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일각의 시각이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2차전지 업종의 최근 상승은 실적 전망치 상향에 근거한 상승보다는 순환매 성격의 상승에 더 가깝다고 판단한다”며 “미국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실적 하향 조정이 마무리된 이후 매수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