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자사주 대상 교환사채(EB) 발행 건수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자사주 ‘꼼수 처분’을 방지하기 위해 EB 발행 공시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종 주요사항보고서 공시 기준 올 3분기 EB 발행 결정 규모는 1조 4455억 원(5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지난달(39건, 1조 1891억 원) 발행 결정된 비중만 건수 기준 78%에 달한다. 한 달 동안의 발행 규모가 지난해 총 EB 발행 규모(28건, 9863억 원)를 뛰어넘은 것이다. 올 총 EB 발행 규모는 67건, 2조 4452억 원으로 발행 건수와 액수 모두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크다.
EB는 일정 기간 뒤 채권 보유자가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채권이다. 국내 기업들의 EB 발행이 급증한 건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을 연내 통과시키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사주를 처분해 현금을 확보하거나 우호세력에 지분을 넘기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 환원을 기대했던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EB 발행을 통한 자사주 처분이 달갑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또 대부분의 EB가 공모가 아닌 제 3자에게 넘기는 사모형태로 발행돼 추후 재매각 가능성이 높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다. 실제로 지난달 EB 발행을 공시한 36곳 중 25곳이 다음 날 주가 하락을 경험했다.
이에 금감원은 EB 발행관련 공시 작성기준을 강화해 무분별한 EB 발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기업들이 EB 발행 결정 시 주요사항보고서의 ‘기타 투자판단에 참고할 사항’란에 △다른 자금 조달 방법 대신 자사주 대상 EB 발행을 선택한 이유 △주식교환시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 △기존 주주이익 등에 미치는 영향 등 구체적 투자 판단 참고 사항을 공시하도록 공시 규정을 개정했다. 개정 규정은 이달 20일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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