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소멸 지역인 인천광역시 옹진군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점포가 한 곳도 없다. 대신 이곳에는 인천옹진과 백령도 농업협동조합이 있다. 금융 서비스를 농협에서 홀로 떠맡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소멸 지역인 전북 고창군과 무주군 같은 곳들은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이 주축이다. 4대 은행은 한 곳도 없다.
저출생·고령화가 지속하면서 지역의 금융 서비스 공백 문제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은행이 없는 지역을 새마을금고와 농협 같은 상호금융권이 지키고 있다. 경기 둔화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연체율 상승으로 상호금융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방 소멸을 막고 모바일 금융 이용이 어려운 노인층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전국 84개 인구 소멸 지역 중 4대 시중은행이 없는 곳은 49개로 전체의 약 58.3%를 차지한다. 이마저도 KB국민은행이나 하나은행 등 한 은행의 점포만 있는 곳이 적지 않다. KB국민은행의 경우 4대 은행 중 경기 연천과 강원 철원, 충북 옥천 등에 유일하게 지점을 갖고 있다. 옛 충청은행을 흡수한 하나은행은 충남 태안과 금산·부여·서천 등에 점포망을 유지 중이다. 소멸지역에 자동화기기(ATM)나 출장소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능 업무범위를 보면 지점과 차이가 크다.
주요 은행은 국내 점포망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6월 말 현재 829개였던 KB국민은행의 지점 수는 올 6월 말 621개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706개에서 540개로 쪼그라들었다. 우리은행은 713개에서 560개로, 하나은행은 580개에서 534개로 줄었다. 은행 점포 1개의 운영 비용은 1년에 대략 20억~30억 원 안팎이 소요된다. 수익성이 낮고 내점 고객이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 소멸 지역의 경우 지점을 운영할 유인이 갈수록 적어지는 셈이다.
대형 은행이 외면한 곳은 상호금융권이 모두 자리 잡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인천 강화와 대구 군위군, 전북 임실군, 전남 구례군 등 84개 인구 소멸 지역 중 82개에 지역 금고가 존재한다. 농협도 전국적인 망을 자랑한다. 금융계의 관계자는 “상호금융권은 손해를 감수하고 지방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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