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저신용자에 대한 고금리 적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재차 지적하면서 금리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면허 사업이라는 은행업의 특성상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융 원칙을 훼손하기보다는 고금리와 저금리 사이의 ‘금리 단층’을 메우는 것이 실질적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신용평가 점수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현행 신용평가 방식을 보완하고 금융사의 대출 공급 축소를 막기 위한 재정·보증 지원 확대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면서 저신용자에게 고금리를 적용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알아본다.
은행과 2금융권의 대출금리를 살펴보면 금리 단층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올 8월 4.17%다. 반면 대표적인 2금융권 금융사인 저축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평균 금리가 12.46%에 육박한다. 카드론의 경우 10% 안팎에서 금리가 시작되지만 저신용자는 17~19% 수준의 금리가 적용된다.
금융사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을 바탕으로 원금 회수가 어려울 것 같은 저신용자일수록 높은 금리를 매긴다. 하지만 은행에서 한 자릿수의 금리를 적용받다가 2금융권으로 넘어가는 즉시 10%를 웃도는 이자를 내야 하는 것이다. 중간 금리대가 사실상 비어 있다. 금융 공공기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금융권에서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금리 단층 문제”라며 “2금융권 입장에서는 손실 위험이 큰 상황에서 높은 금리를 책정하는 것인데 이를 내리도록 유도할 유인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리 단층을 메우기 위해서는 먼저 신용 평점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신용평가 체계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의 경우 대출 시 사실상 신용 평점에만 의존하는 구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가장 손쉬운 것이 신용점수대로 대출을 하고 금리를 적용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저신용자에게 고금리를 적용한다는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금융권의 신용점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용 신용평가사 지원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한국처럼 신용 평점을 통해 순위를 세우는 방식으로 신용도를 평가하고 대출을 내주지 않는다. 연체 여부나 채무 규모, 파산 기록 등 실제 금융 기록을 중심으로 대출 심사가 이뤄진다. 물론 신용 평점 역시 이 같은 기록에 근거하지만 단일화된 점수만으로 신용 판단을 내리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신용점수를 참고하되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체 지표 등의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의 신용 평점을 부정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통해 보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대안신용평가나 빈곤층을 위한 소액 금융인 ‘마이크로 파이낸스’ 등 다양한 모델을 활용하면 금리 단층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도 동반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금융사는 대출을 통해 최대 10배 수준의 신용창출을 하고 있다. 대출을 내줄 때 원금 상환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거꾸로 부실이 생길 경우 대출을 빠른 속도로 회수하게 된다. 특히 금융사는 이익을 내야 자본을 쌓고 추가 대출이 가능한 만큼 대규모의 빚탕감과 저소득층 이자감면에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중저금리 대출을 늘리고 서민·저신용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려면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과 대출 보증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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