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균 환자 수가 5명 미만인 지소가 전체의 60%를 넘고, 하루 내내 환자가 한 명도 없는 곳이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보건지소의 절반 이상이 사실상 ‘유령 진료소’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위해 공중보건의사 인력 충원 논의에 앞서 ‘보건지소의 존재 이유’부터 재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15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제는 단순히 배치할 공보의가 부족하다고 걱정할 게 아니라, 해당 지소가 정말 필요한지를 따져야 한다”며 “복무기간 단축보다 우선돼야 할 건 기능 전환과 인력 재배치”라고 말했다.
공중보건의사제도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 자격을 가진 이들이 군 복무 대신 의료 취약지에서 3년간 근무하는 제도로, 지방의료의 ‘최후 보루’로 불려왔다. 그러나 복무기간이 36개월로 일반 현역(18개월)보다 길어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공보의 편입 인원은 738명으로, 복지부 요구인원(1,387명)의 절반 수준(53.2%)에 그쳤다.
이 회장은 특히 “지자체가 ‘지역의료 소멸 방지’라는 명분으로 의료 수요가 거의 없는 곳까지 지소를 유지하는 관행이 고착화됐다”며 “이런 행정이 오히려 의료공백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보의 배치율은 보건소가 85.6%인 반면, 보건지소는 40.2%에 그쳐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는 “선거철이 되면 인근 민간병원 인프라와 상관없이 지소 유치가 공약이 되고, 이미 설치된 지소도 환자 수나 접근성과 무관하게 유지된다”며 “예산과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이런 구조가 지속되면 필수의료 인력난은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대안으로 ‘기능 중심 재편’을 제시했다. 보건소에는 혈액검사·엑스레이 등 기본 진단 기능을 집중시키고, 면·리 단위 지소는 건강생활지원센터나 순회진료 거점으로 전환하자는 구상이다. 그는 “이는 단순한 예산 절감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지역의료 생태계를 위한 구조조정”이라고 강조했다.
공보의 복무기간 단축 역시 불가피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최근 의사 사회 전반에서 현역 입대가 보편화되는 흐름이 자리 잡으면 공보의 지원율을 회복하기 어렵다”며 “안정적 수급을 위해 복무기간 단축 논의가 더 늦어져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에 대해 “장기적으로 필요하지만 단기적 해법은 아니다”라며 “의사 양성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공백을 메우는 건 결국 공보의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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