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 결합 상품 시장의 중심축이 ‘위험형’에서 ‘보장형’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금리로 보장형 상품의 쿠폰 경쟁력이 커진 데다 당국의 규제 강화로 은행권이 안정형 상품을 우선 취급한 영향이다.
14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주가 연계 상품(ELS·ELB) 발행 규모는 총 12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특히 주가연계채권(ELB) 발행이 4조 1000억 원에서 7조 원으로 약 70% 급증하며 전체 성장세를 견인했다. 이는 3분기 들어 고금리 환경 속에서 ELB가 예금·채권 대비 높은 쿠폰(표면 이자)을 제공하며 투자 매력이 커진 데다 은행권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가 제한되면서 규제 부담이 적은 보장형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ELS는 주가지수나 개별 주식을 기초로 해 지수 하락 폭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비보장형 상품이다. 반면 ELB는 같은 주가 연계 구조를 쓰지만 원금을 100% 보장하면서 조건 충족 시 쿠폰을 지급하는 구조라 안정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올 한 해 ELB 발행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리·환율 등 비주식형 자산을 기초로 하면서 원금이 보장되는 파생결합사채(DLB) 발행도 5조 8000억 원으로 11분기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직전 최대치는 2022년 4분기(7조 원)였다. 올 3분기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금리가 반등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DLB는 원금이 보장되는 채권형 구조로 금리·환율 변동성이 커질수록 쿠폰을 높게 설계할 수 있다.
ELS·ELB의 구조 자체도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코스피200 및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등 주가지수형 상품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 삼성전자 등 국내외 개별 우량주를 기초로 한 상품 발행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올해 3분기까지 개별 주식 연계 ELS·ELB발행 규모는 약 15조 원으로 주가지수 연계 상품(17.7조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은행권의 ELS 판매가 재개된다면 강화된 고난도 금융투자 상품 판매 규제로 인해 원금 비보장형 상품보다는 원금 보장형 상품 중심으로 집중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금융 당국은 올해 2월 ELS는 소비자 보호 장치를 갖춘 거점 점포를 통해서만 판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