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브로드컴과 자체 인공지능(AI) 가속기 개발을 공식화했다. 암(ARM) 기반 중앙처리장치(CPU)와 결합해 총 10GW 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독자 AI 칩셋 기반을 세우겠다는 목표다. 브로드컴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삼성전자(005930)의 중장기적 수혜도 기대된다.
13일(현지 시간) 오픈AI는 브로드컴과 10GW급 맞춤형 AI 가속기 개발 협력을 발표했다. 오픈AI와 브로드컴은 2026년 하반기부터 2029년까지 자체 칩셋을 데이터센터에 도입하겠다는 구체적 일정도 제시했다. 브로드컴은 칩셋 외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네트워크 제반 사항을 함께 공급할 계획이다. 디인포메이션은 오픈AI·브로드컴이 개발하는 AI 칩셋에 ARM 기반 CPU가 쓰인다고 보도했다. ARM 최대주주는 오픈AI 주 투자사이기도 한 소프트뱅크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브로드컴과의 자체 가속기 개발은 AI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오픈AI가 브로드컴과 자체 AI 칩셋에 착수했다는 소문은 18개월 전부터 흘러나왔다. 브로드컴은 주문형반도체(ASIC) 칩셋 설계를 대행하는 ‘디자인 하우스’로 이미 구글 자체 AI 칩셋인 텐서처리장치(TPU)로 설계·개발 역량을 입증한 회사다. 오픈AI가 자체 칩셋 개발에 나선 배경 역시 비용 절감이다. 실제 구글은 TPU를 일찌감치 클라우드에 도입해 인프라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올트먼 CEO는 호크 탄 브로드컴 CEO와 함께 팟캐스트에 등장해 “전체 인프라를 최적화해 엄청난 효율성을 얻을 수 있으며 이는 훨씬 더 나은 성능, 더 빠른 모델, 더 저렴한 모델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 유치·협력과 별개로 엔비디아·AMD 외 그래픽처리장치(GPU) 선택지를 넓히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스스로 칩을 만든다면 당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탄 CEO의 말이 이를 방증한다.
양 사의 협력 소식에 뉴욕 증시에서 브로드컴 주가는 9.88%나 급등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상당한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브로드컴에 HBM3E를 공급 중인 삼성전자가 ‘챗GPT 전용 칩셋’에 HBM4를 공급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올트먼 CEO가 만나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공급에 합의한 점도 기대감을 높인다. 다만 오픈AI의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 오픈AI가 브로드컴·오라클·AMD·코어위브 등과 발표한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이미 1조 달러를 넘어섰다.
한편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은 14일 AI 칩 5만 개를 공급받는 계약을 미국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AMD)와 체결했다고 밝혔다. AMD는 올해 초 출시한 차세대 AI 칩인 MI450을 내년 3분기부터 오라클의 데이터센터에 공급한다. 이번 계약은 AI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 컴퓨팅 인프라 수요 급증으로 최신 AI 칩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또 하나의 사례라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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