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한미 조선업 협력의 주역으로 나선 한화오션(042660)의 미국 자회사 5곳을 대상으로 거래 금지 조치를 발표하자 한화(000880)그룹은 초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는 국면에서 중국이 미국을 돕는 기업들에 대한 ‘제재 본보기’로 한화를 택해 향후 전방위 압박을 강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14일 “미국이 중국에 대해 취한 해사·물류·조선업(무역법) 301조 조사 조치에 반격하기 위해 ‘한화오션의 미 자회사 5곳에 대한 반격 조치 채택에 관한 결정’을 공표한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제재 근거와 관련해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는 미국 정부의 관련 조사 활동을 지원해 중국의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해치고 있다”며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재에 따라 한화쉬핑·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한화쉬핑홀딩스·HS USA홀딩스 등은 중국 내 모든 조직 및 개인과 거래·협력을 할 수 없게 된다. 특히 한미 조선 협력을 위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상징인 한화필리조선소 역시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한화오션 측은 “중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며 “해당 조치가 당사에 미치는 사업적 영향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의 경우 중국 내 사업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제재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재 대상에 오른 한화쉬핑 등은 미국 내 해운 물류를 담당하고 있어 주로 미주-유럽, 미주-한국 구간 물류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에 중국 항만을 이용하거나 중국 물동량을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오션이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 중국 내 두고 있던 협력 법인과 제작 설비 역시 현재는 거의 철수한 상태다.
다만 미중 해운·조선 갈등 속에서 한화오션을 첫 타깃으로 삼은 중국이 제재 수위를 높여갈 경우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한화오션 미 자회사로 국한된 제재 대상이 국내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한화오션은 후판 등 중국산 제품을 아예 취급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후판은 선박 건조 비용 가운데 20% 내외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에서 중국산 후판이 자치하는 비중은 20~5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미국 조선업 재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화오션을 시작으로, 향후 미국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국내 업체들이 언제든 중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16년 미중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당시 롯데그룹은 소유 골프장이 한반도 사드 부지로 최종 낙점되자 영업 정지, 세무조사 등 중국 정부의 강력한 보복 조치에 시달리다 결국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으며 수 조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재 조치가 국내 조선업계 전반으로 번질 경우 타격은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과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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