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회사채 시장의 ‘큰손’으로 꼽히는 SK그룹과 한화그룹이 4분기 들어서도 적극적인 발행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대기업 회사채 발행량의 20% 이상을 차지하면서 SK그룹과 한화그룹이 상위권 자리를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 SK그룹 계열사 3곳이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SK인천석유화학(신용등급 A+)을 시작으로 SK아이테크놀로지(A0), SK인텔릭스(옛 SK매직)(A+)가 각각 1000억 원 상당의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한다는 목표다. 3개 회사 모두 최대 2000억 원까지 증액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SK인천석유화학과 SK아이테크놀로지·SK인텔릭스 모두 회사채 신용등급은 비우량으로 분류되는 A0~A+급이지만 SK그룹 계열사인 만큼 시장에서 수요가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SK인천석유화학은 수요예측에서 1910억 원의 자금이 쏠렸다. 구체적으로 2년물 600억 원 모집에 1200억 원, 3년물 400억 원에 710억 원의 유효 주문이 들어왔다.
또 다른 ‘빅이슈어’인 한화그룹 계열사도 회사채 시장을 방문한다. 한화시스템(AA-)은 이달 30일 발행을 목표로 20일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할 계획이다. 총발행 규모는 2000억 원으로 최대 4000억 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올해 7월 회사채를 발행한 한화오션(042660)(BBB+)도 신용등급이 A-로 상향 조정될 경우 추가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용등급이 BBB+에서 A-로 올라간 삼성중공업이 3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신용등급이 A-로 평가 받으면 회사채 발행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 외 다른 계열사도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SK그룹과 한화그룹은 회사채 시장 상위권을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SK그룹이 10조 6857억 원, 한화그룹이 3조 7620억 원을 발행했다. 이는 같은 기간 대기업 회사채 발행량(59조 1825억)의 2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반면 ‘원조 큰손’으로 꼽히던 롯데그룹은 롯데하이마트(071840)를 마지막으로 올해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설 계열사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롯데쇼핑(023530)·롯데칠성(005300)음료·롯데하이마트 등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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