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는 별빛을 가리는 먼지(DUST)가 가득하다. 이 먼지는 짧은 파장(푸른빛·자외선)은 가로막고, 긴 파장(붉은빛·적외선)은 통과 시킨다. 먼지가 자외선 같은 푸른 빛은 가로막고 산란 시키지만, 적외선 같은 긴 파장의 붉은 빛은 잘 통과 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지가 많은 은하는 일반적으로 붉게 빛나는 은하로 관측된다. 먼지가 많으면 붉게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과학자들이 포함된 국제 연구팀은 최근 먼지 속에서 푸른 빛으로 빛나는 은하를 발견했다. 먼지에 덮여 있음에도 자외선이 과도하게 강한 은하인 것이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태양 질량 140억 배 ‘초대질량 블랙홀’ 품은 괴물 은하 발견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천문연이 운영 중인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으로 발견한 특이 천체 후보를 칠레 제미니 남반구 망원경으로 분관 관측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광 관측은 천체에서 오는 빛을 프리즘이나 회절격자 같은 분광기를 이용해 파장별로 분산시켜 스펙트럼을 얻고 이를 분석하는 관측 방식이다.
‘블루독(BlueDOG)’으로 명명된 이 은하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약 140억 배에 달하는 초대 질량 블랙홀이 있었다. 연구진은 중심 블랙홀의 빛이 은하 내부의 가스와 먼지에 부딪히거나 산란되면서 푸른 빛을 내는 것으로 추측했다. 또한 은하 안에서 최근 폭발적인 별 탄생이 일어나 자외선이 초과 관측되면서 푸른 빛이 보일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블루독은 약 110억 년 전, 은하와 블랙홀이 가장 활발하게 성장하던 ‘우주의 정오(Cosmic Noon)’ 시기부터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 질량은 태양의 약 2조 배, 밝기는 태양의 약 80조 배에 달한다. 연구진은 “블루독은 먼지에 가려진 은하가 아니라 은하 진화의 단계 중 폭풍 성장하는 시기를 보여주는 특별한 천체”라고 설명했다.
우주 성장기의 은하는 어떻게 생겼을까…블루독이 실마리 제공
블루독의 발견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최근 천문학자들은 초기 우주(130억 년 전)에서 ‘작고 붉은 점(LRDs)’라는 은하들을 찾아낸 바 있다. 그런데 블루독은 이보다 20억 년 뒤에 발생한 은하로 추정된다. 두 은하는 모두 강력한 블랙홀 활동과 폭발적인 별 탄생이 동시에 일어나는 공통점을 갖는다. 블루독의 존재를 자세히 탐구하면 초기 우주의 은하와 현재의 성숙한 은하로 이어지는 진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은하가 태어나고 별이 폭발적으로 만들어지고 또 블랙홀이 자라나는 과정을 보여주는 중간 단계가 바로 블루독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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