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예비창업패키지 참여 기업 10곳 중 4곳이 창업 5년 차에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단계에 집중된 지원 구조 속에서 창업 기업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예비창업패키지로 지원받은 기업 2135곳 중 39.6%가 창업 5년 만인 2023년에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창업지원 기업의 5년 차 평균 폐업률(27.8%)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전체 예비창업패키지 지원 기업 9297곳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1~2년 차 폐업률은 10% 미만이었지만 3년 차부터는 20% 이상으로 급등했다. 정부 지원 기업조차 ‘데스 밸리’라 불리는 3~5년 차 생존 절벽을 넘지 못한 셈이다.
고용 인원이 0~1명에 불과한 사실상 휴·폐업 상태의 기업까지 포함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청년창업사관학교의 경우 전체 6962개 기업 중 3591곳(51%)이 실질폐업 상태로 분류됐다. 2018년 지원 기업의 실질폐업률은 69%, 2019년 지원 기업은 58%에 달했다.
고용 지표로 봐도 창업 기업의 성장세는 단발성에 그치는 추세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지원 기업의 고용 인원은 지원 초기 증가세를 보이다가 2~3년 차부터 하락했다. 2021년 지원 받은 1044개 기업의 총 고용 인원은 3585명에서 3년 만인 2024년 3348명으로 줄었고 2022년 지원 기업 899곳 역시 2491명에서 2254명으로 감소했다.
예비창업패키지와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대표적인 창업지원 프로그램으로 한 기업 당 5000만~1억 원의 초기 자금이 투입된다. 올해 예비창업패키지 예산은 490억 원, 청년창업사관학교는 826억 원이 편성됐지만 장기적인 매출·고용으로 이어지는 성장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지원 2~3년 차 이후 인력 규모를 줄이며 성장 정체에 빠지고 결국 폐업으로 치닫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창업 지원 사업이 초기 단계 기업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지원 이후 폐업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사업 종료 이후에도 폐업 방지 차원의 사후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일준 의원은 “정부가 손쉬운 단기 자금지원에 머문다면 창업 기업은 ‘생존 3년의 절벽’을 넘기 어렵다”며 “단순히 창업 숫자를 늘리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닌 스케일업 중심의 지원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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