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정부가 논의 중인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송 부문 보급 목표’가 비현실적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급격한 전환이 추진될 경우 부품 기업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는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13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산업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제시한 2035년 무공해차(전기·수소차) 보급 목표 840만~980만 대, 전체 차량 내 등록 비중 30~35%는 국내 산업과 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택성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정부가 제시한 무공해차 보금 목표는 현재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와 부품업계의 여건상 달성이 매우 어렵다”며 “이미 글로벌 주요 국가들 또한 시장 상황과 산업 현실을 반영해 속도 조절을 선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부품업계는 등록 비중 20% 내외의 550만~650만 대 수준의 보급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의 국제적 책무를 이행하면서도 산업 경쟁력과 고용 안정을 지켜낼 수 있는 목표라는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정부는 무공해차 전환에 가장 밀접하게 관계돼 있는 부품 업계와 만나 이야기를 듣고 현실적인 목표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동조합에 따르면 현재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 중 엔진·변속기·연료 등 내연기관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종사자 수만 11만 명이 넘는다. 현재 정부 목표대로라면 2034년부터 내연기관 판매가 사실상 전면 중단돼야 하는데, 부품 기업의 미래차 사업 전환율은 19.9%에 불과해 대부분의 기업이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 이사장은 “급격한 전환이 추진될 경우 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대규모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동조합은 하이브리드(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및 탄소중립연료 등 기술적 대안을 활용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엔진이 들어가는 하이브리드차와 탄소중립연료를 활용하는 내연기관차를 감축 수단에 포함하면 국내 내연기관 부품기업에 전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국들도 최근 100% 전동화 목표에서 벗어나 이러한 대체 기술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하고 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달 24일 토론회를 열고 2018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총배출량에서 산림·토양 등에서의 흡수·제거량을 제외한 값)을 2035년까지 △48% △53% △61% △65%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35년 차량 등록 대수를 2800만대로 가정해 계산할 경우, 무공해차 등록 비중은 각각 30%(840만 대), 34%(952만 대), 35%(980만 대·65% 감축안도 동일)로 추정된다.
/이건율 기자 y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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