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주요 수출 차종이자 국내에서 가장 많이 수출된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판매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 대부분을 수출하는 한국GM의 특성상 미국의 관세 인하 지연으로 인한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올 9월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3만 8967대) 대비 39.1% 감소한 2만 3723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에서 9월까지의 누적 판매량도 지난해 동기(34만 6587대)보다 5.8% 줄어 32만 6381대를 기록했다.
판매의 95%가량을 차지하는 수출이 지난달 2만 2492대로 39.2% 줄어들며 실적을 끌어내렸다. 특히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수출된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지난달 1만 5365대가 팔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35.3% 감소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46.3% 급감한 7127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두 차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30∼40%의 큰 판매 감소량을 보인 것은 임금 및 단체협상 불발에 따라 2개월간 부분파업이 이어졌던 지난해 7월과 8월 이후 처음이다.
이같은 판매 추락은 유럽과 일본 등에 비해 10%포인트가량 높은 미국 관세 여파로 해석된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지난 7월 25%의 상호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데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현재까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자동차 분야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은 이미 15%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물량이 대부분인 한국GM이 미국의 관세 인하 지연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철수설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는 지난해 각각 29만 5099대, 17만 8066대의 해외 판매량을 기록하며 수출 차종 1, 4위를 차지한 바 있다. 2023년에는 두 차량이 수출 1, 2위에 나란히 오르기도 했다. 특히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한국GM이 미국 시장을 겨냥해 직접 개발한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로, 미국 현지에서 ‘가성비’를 내세워 큰 인기를 끌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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