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관세 및 투자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번 주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만남이 양국 간 ‘관세-투자 패키지’ 이행 지연 국면을 풀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13일 기재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는 오는 1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 참석한다. 총회 기간 중 베선트 장관과의 양자 회담도 추진 중으로 구체적인 일정과 방식은 양측이 조율 중이다.
앞서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말 협상을 통해 미국의 대(對)한국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에 한국이 약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제공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대규모 해외투자로 인한 외환시장 부담과 국내 여론 등을 고려한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양해각서(MOU) 서명은 미뤄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달 초 수정안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수정안에는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직접투자 비중의 합리적 조정, 상업적 합리성에 따른 투자처 선정 참여권 보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4일 미국 방문 중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나 해당 사안을 논의했다. 김 장관은 귀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국 외환시장의 민감성에 대해 미국 측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며 “투자안 조정 방향에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 부총리와 베선트 장관의 회동은 사실상 최종 타결의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미 재무부와 한국 기재부 간 실무 교섭이 상당 부분 진행된 만큼, 이번 회의에서 MOU 서명 시기와 방식이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양측은 이번 G20·IMF 회의 이후에도 오는 22일 송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와 이달 말 APEC 정상회의 등 여러 국제무대에서 연이어 만날 예정이다. 한미 간 통상·금융 현안을 총괄하는 경제 수장들이 잇따라 얼굴을 맞대는 만큼 관세 인하-투자 조정 패키지의 세부 조율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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