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14일 취임 5주년을 맞는다. 정 회장은 창의적 조직 문화 조성에 앞장서면서 실리에 기반한 인사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 ‘톱3’에 오르며 위상을 굳혔다는 평가다. 로봇과 수소,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등 미래 사업 투자도 탄탄하게 실행에 옮겨 중장기 성장 동력도 강화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정 회장이 미국의 고율 관세와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의 도전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향후 경영 포인트로 꼽힌다.
정 회장은 2020년 10월 14일 현대차와 기아·현대모비스의 임시 이사회를 통해 신임 회장으로 추대됐다.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2년 1개월 만이었다. 부친인 정몽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을 앞세워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했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처음 글로벌 판매 3위를 달성한 뒤 올 상반기 영업이익 기준 글로벌 2위까지 올라섰다. 미국·영국·독일 등 글로벌 자동차 전문 평가기관 및 조사 업체들이 현대차그룹의 제품을 잇따라 ‘올해의 차’로 선정하고 정 회장을 글로벌 최고 경영자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만 전 세계에서 25개 이상의 주요 상패를 휩쓸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인 오토모티브뉴스는 8월 정 회장과 부친, 조부인 정주영 창업주 등을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로 소개했다. 오토모티브뉴스는 “(정 회장은) 글로벌 감각과 유연한 사고로 자유롭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도입했다”며 “글로벌 인재를 적극 영입하고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하는 파격적인 인사 정책도 펼쳐냈다”고 격찬했다.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미래 투자도 경쟁사를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투자할 260억 달러(약 36조 원) 중 상당 부분을 로봇에 집중해 2029년부터 연간 3만 대의 로봇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근간인 SDV는 물론 수소, 미래항공교통(AAM) 등 신규 사업 개발 및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이 맞닥뜨린 과제도 산적하다.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이 4월부터 부과한 25% 관세가 최대 난관인데 경쟁사인 일본 도요타·혼다와 독일 폭스바겐·벤츠·BMW가 15% 관세로 10%포인트나 부담이 낮아 현대차그룹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정 회장은 시장점유율을 지키려 가격 인상을 억제하며 관세 비용을 감내하고 있지만 추가 관세 비용이 한 달 7000억 원에 달해 빠른 관세 협상 타결이 긴요한 형편이다.
중국 자동차와 경쟁도 문제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들은 판매량 확대를 위해 물량 공세를 펴는 한편 국내 시장 진출도 확대하고 있다. 중국 비야디(BYD)는 지난달 처음 국내 판매량이 1000대를 돌파했으며 지커와 샤오펑도 국내 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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