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가 행진을 경신하는 금 관련 상품에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은행권 골드뱅킹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 5000억 원을 넘어섰고 대체재인 은에 눈길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이달 9일 기준(우리은행 2일) 골드뱅킹 잔액은 1조 513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7822억 원) 대비 2배 늘어난 수준으로, 이달 들어서만 959억 원이 증가했다. 이달 3~9일이 추석 연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3개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올 3월에 처음으로 1조 원을 넘겼고, 한동안 횡보하다가 9월 들어 다시 크게 늘면서 1조 4000억 원을 넘어섰다.
골드바에도 금테크 수요가 몰리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골드바 판매액은 이달 1∼2일 134억 87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일평균(영업일 기준) 판매액은 약 67억 원으로, 지난달(51억 원) 대비 30%이상 많다. 올해 골드바 판매액은 약 4505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판매액(1654억 원)을 넘어섰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하 재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금 가격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지난 10일 1㎏짜리 금 현물이 1g당 19만 973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지난해 말과 비교해 56.2% 급등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금 가격이 하방 경직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워낙 갈팔랐던 상승세로 인해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금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은 은을 대안으로 접근하는 모양새다.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의 실버바 판매액은 지난 9월 42억 7000만 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40억 원대를 넘겼다. 이달 1∼2일, 단 이틀 만에 20억 2200만 원어치가 팔리는 등 열기가 심상치 않다. 이는 지난해 전체 판매액(8억 원)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올해 누적 실버바 판매액은 104억 5900만 원으로, 지난해의 13배가 넘는다.
국제 은 가격은 지난주 현물 기준으로 온스당 50달러선을 웃돌며 사상 최고치까지 뛰었다. 김정은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은 “금 가격이 오를 때 귀금속 원자재인 은 수요도 늘어난다”며 “다만 은은 산업 수요 비중이 높아 경기를 많이 타고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금보다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에게 적합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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