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에 대해 미국이 100% 추가 관세로 맞불을 놓으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 협상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추석 연휴 이후 한미 통상 협상의 물밑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추석 연휴 기간인 6일 미국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만난 뒤 “이번 협상에서 한국 외환시장의 민감성 부분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이 대미 투자 패키지 3500억 달러(약 502조 원)를 일본과 같은 현금 투자 방식으로 집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양측이 함께 다른 집행 방안을 고민 중이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장 뚜렷한 해법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한동안 물밑 협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상호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미중 무역 갈등이 한미 관세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중이 서로 판을 키우는 모습”이라며 “한미 무역 협상의 관점에서는 나쁘지만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될수록 동맹국과의 협상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미국 측의 조바심이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정부는 APEC 지나서 타결돼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는데 미국으로서는 교착상태가 길어져 좋을 게 없다”며 “한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더라도 진전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정부에 따르면 김 장관에 이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미국을 찾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워싱턴DC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가 열리는데 이를 계기로 양국 재무 장관이 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