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차기 원장 공모를 위한 공고를 낼 계획이었던 한국회계기준원이 원장 후보 추천 절차를 전격 중단했다. 현 원장의 임기가 다섯 달 가까이 남아 있어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필요가 없다는 게 명분이지만 공모 시기와 관련한 규정이 이미 지난해 개정된 터라 시장의 오해만 확산되고 있다.
10일 회계 업계에 따르면 회계기준원은 이달 2일 첫 원장추천위원회를 열고 후보 추천 기간, 추천 방법 등을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후보 추천과 관련한 사항들이 심의됐다면 후보자 면접 등을 거쳐 다음 달 21일께 회원총회 후 차기 원장을 결정한다는 일정이었으나 현재로서는 선출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이한상 현 원장의 임기는 내년 2월 28일 종료된다.
기업 회계기준을 만들고 해석하는 회계기준원 수장 선출이 갑작스레 미뤄진 데 대해 회계 업계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인수인계를 위해 회계기준 제정 기구 후임자를 6개월 앞서 뽑는다”며 “향후 금융 당국 1급 인사 이후 ‘공무원 낙하산’이 원장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원추위원은 회계기준원 주요 회원사인 한국거래소·한국상장회사협의회·전국은행연합회·금융감독원·금융투자협회·한국공인회계사회·한국회계학회 등 7개 기관의 대표들과 회계기준원장(의결권은 없음) 등 8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일부 원추위원들이 “11월 말 차기 원장을 결정하면 신구 권력이 약 90일 동안 공존하게 돼 불필요한 갈등을 빚을 수 있다”며 원장 공모 연기를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금융위원회도 회계기준원에 비슷한 이유로 공모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회계기준원이 ‘현직 원장의 임기 종료 3개월 전까지 차기 원장을 선임할 수 있도록 회원총회에 추천한다’는 원추위 운영 규정을 지난해 11월 신설했다는 점이다. 이 원장이 운영 규정을 근거로 반발하자 원추위원들은 이 원장의 퇴장을 요청하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모 연기를 주장한 원추위원들은 조만간 이사회와 회원총회를 열고 문제가 되는 운영 규정을 삭제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대학 박사 학위, 공인회계사 자격에 대한 가점 요건도 삭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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