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12만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쓰고 있지만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는 채굴 기업 주가에 쏠리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 속에 전력 비용 감소와 인공지능(AI) 산업 수혜 기대감을 등에 업고 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 기업에 투자하는 ‘코인셰어즈 비트코인 채굴(WGMI)’ 상장지수펀드(ETF)의 이날 기준 최근 1개월 수익률은 73.77%에 달했다. 거래소가 집계하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형 ETF 3093개 가운데 레버리지(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 상품을 제외하면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가격 상승률이 약 11%라는 점을 볼 때 주가 상승세가 매우 가파른 셈이다.
편입 종목 모두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해당 ETF의 주요 편입 종목은 아이렌(Iris Energy), 사이퍼 마이닝(Cipher Mining), 라이엇 플랫폼즈(Riot Platforms), 테라울프(TeraWulf) 등 북미 대형 채굴사다. 아이렌 주가는 최근 1개월 동안 111.49% 폭등했으며 사이퍼 아미닝과 라이언 플랫폼즈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각 95.12%와 59.61% 급등했다. 테라울프 주가 역시 최근 한 달 동안 30% 넘게 뛰었다.
비트코인 채굴 기업 주가 급등 배경으로는 채산성 회복이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이 대대적인 전력 인프라 확충에 나서면서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 전력을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며 채굴 비용 부담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채굴 비용 감소는 마진율 개선을 의미하며 이는 곧 기업 실적 상승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올 4월 진행된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 채산성 악화로 중소형 채굴사들이 시장에서 이탈하면서 대형사 중심의 재편이 이뤄진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기준 금리 인하로 주식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이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점 역시 채굴 기업 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 중 하나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채굴 업종은 본질적으로 막대한 전력과 특수 냉각 설비, 대규모 부지 등을 필요로 하는데 이 같은 인프라가 고성능 연산을 요구하는 AI 데이터센터와 맞닿아 있다. AI 기업들이 초기 수천 억 원에 달하는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보니 일부 채굴사가 보유한 인프라를 AI 연산용으로 전환하거나 외부 기업을 유치해 임차 사업을 확대하는 상황이다.
실제 올 7월 엔비디아가 투자한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CoreWeave)는 미국 채굴기업 코어 사이언티픽(Core Scientific) 인수를 발표했다. 코어위브 역시 2017년 비트코인 채굴사로 출발했지만 2019년 사명을 바꾸고 GPU 자산을 활용해 클라우드 사업으로 전환하며 급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채굴사가 보유한 인프라가 곧 AI 시대의 전략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자산운용사 ETF 운용역은 “비트코인 채굴 기업들이 단순히 코인 시세에 연동되는 기업에서 전력·부지·냉각 기술을 활용한 AI 인프라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ETF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트코인과 AI라는 두 성장 스토리를 동시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대형 비트코인 채굴사들이 실제로 어떤 형태의 AI 관련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지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박스권에 머물더라도 AI 연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경우 채굴사들의 수익 구조는 과거와 전혀 다른 궤도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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