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반등 조짐을 보이던 엔화 노출형 미국채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 당선 이후 시작된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미국 금리 인하에도 수익률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H)’과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2.24% 2.48% 하락했다. 두 상품 모두 엔화로 미국 30년 만기 국채에 투자하되 엔·달러 환율은 헤지하고 원·엔 환율에는 노출되는 구조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미국채 금리가 하락할 때 수익이 커지는 방식이다.
이들 상품은 흔히 한국판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국채 JPY 헤지 ETF(2621)’로 불린다. 일본 블랙록자산운용이 운용하는 ‘2621 ETF’는 엔·달러 환율 변동을 완전히 차단(헤지)해 엔화로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하더라도 달러 환율 영향은 받지 않도록 설계됐다. 반면 국내 엔화 노출형 ETF는 원·엔 환율 변동에 노출돼 엔화 가치 변동이 수익률에 직접 반영된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국내 엔화 노출형 미국채 ETF 수익률은 최근 몇 달 새 널뛰기를 거듭했다.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H)’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의 6개월 수익률은 각각 -6.32%, -7.17%에 그쳤지만 미국채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3개월 수익률은 각각 2.04%, 1.46%로 반등했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재 당선 이후 엔화가 다시 급격히 약세로 돌아서며 상승 흐름이 한 달도 채 지속되지 못했다. 엔·달러 환율이 153엔 선까지 치솟았고 환차손이 채권 평가 이익을 덮으면서 수익률이 뒷걸음친 것으로 풀이된다.
엔화 약세는 개인투자자들의 매매 행태에도 영향을 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된 ‘2621 ETF’를 최근 일주일 새(3~9일) 369만 8230달러(약 50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해당 ETF는 일학개미(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 최대 보유 종목이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시점이 기존 올해 10월에서 내년 1월로 늦춰질 것”이라며 “당분간 일본 장기 금리와 엔·달러 환율의 상방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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