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 랠리까지 더해지며 어닝서프라이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달 중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증권가는 두 회사 모두 2분기 대비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 집계 결과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83조 8252억원, 영업이익 9조 899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 8%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SK하이닉스는 더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의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24조 215억원, 영업이익은 10조 8367억원으로 전망되며, 전년 대비 각각 8%, 1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이 예상처럼 나오면 SK하이닉스는 첫 10조원대 영업이익과 함께 다시 한번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 치우게 된다.
실적 개선 전망의 배경에는 반도체 가격의 뚜렷한 상승세가 자리한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글로벌 D램 공급자 평균 재고는 3.3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3.3주 수준의 재고는 지금까지 생산해놓은 D램 수량으로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간이 약 23일에 불과할 정도로 물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건전 재고 수준으로 여겨지는 6~8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범용 D램(DDR4 8Gb 기준) 가격도 지난 1월 1.4달러에서 지난달 6.3달러까지 꾸준히 올랐다. 구형 D램 가격이 6달러를 넘은 것은 2019년 1월 이후 6년 8개월 만이다.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HBM 생산에 집중하고 구형 D램 생산을 줄이면서 ‘공급자 우위’ 양상이 굳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DDR4 감산과 미국발 관세 부과를 앞둔 PC·IT 제조사들의 재고 비축 수요가 가격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한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에도 범용 D램 가격이 18~23%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향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AI 서버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기업용 SSD(eSSD) 수요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주요 고객사인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상승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AI 칩 선두주자이자 최대 HBM 고객사 엔비디아는 9일 사상 최고 주가를 경신했다. 엔비디아에 이은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기업 AMD도 6일 오픈AI와 연 수백억달러 규모의 AI칩을 공급하는 다년 계약을 맺은 영향으로 23.7% 폭등한 이후 지속적으로 주가가 오르고 있다. AMD는 오픈AI에 내년 하반기부터 수년에 걸쳐 GPU를 수십만개 공급하며 파급 효과까지 고려하면 향후 4년간 1000억달러 이상의 신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4분기에도 국내 반도체 기업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오픈AI로부터 삼성·SK가 대규모 HBM 공급 요청을 받는 등 AI데이터센터향 수요세가 더 강력해지는 데다,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 역시 4분기를 넘어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숀 킴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4분기에 (반도체) 가격이 더 많이 오르고, 2026년까지 더 강한 여건이 이어질 듯하다"며 "목표가를 컨센서스보다 높은 수준으로 또 다시 상향한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21일 삼성전자 목표가를 8만 6000원에서 9만 7000원으로, SK하이닉스 목표가를 26만원에서 41만원으로 크게 올린 데 이어 이달 8일 보고서에서는 삼성전자를 11만 1000원, SK하이닉스를 48만원으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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