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후속 관세 협상과 관련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미국에 급파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6일 새벽 귀국했다. 김 장관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리가 보낸 안에 대해, 특히 외환 시장에 대한 상황에 대해 서로 이견이 좁혀지고 있는 중"이라며 "상당한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번 만남에 대해 "국민과 정부가 생각하는 국익, 시장 안정성 그리고 한미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미 투자 패키지와 관련해 외환시장 및 국민 경제에 관한 큰 틀에서 이견을 좁혀가고 있지만 직접 투자 비율, 대미투자 선불 등 구체적 부분까지 논의한 건 아니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멀지 않은 시간 내에 다시 러트닉 장관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통상 당국에 따르면 김 장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진행했다. 김 장관의 이번 방미는 대통령실 핵심 고위 인사만 인지하고 통상 당국에서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을 정도로 은밀하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연휴이고, 마침 시간이 돼서 다녀왔다. 극비리에 방문한 건 아니다"라며 "러트닉 장관과만 만나 회담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어제(5일)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안보실장이 공동 주재한 한미 관세 협상 관련 긴급 통상현안 대책회의를 열었다. 김 장관은 유선으로 참여한 가운데 구윤철 경제부총리, 조현 외교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말 타결한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은 총 3500억달러(약 49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시행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 방식과 이익 배분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 아직 문서화를 통한 양해각서(MOU) 체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대규모 대미 투자 시 발생할 수 있는 외환 시장 불안 가능성을 우려해 미국에 통화 스와프 체결을 '필요 조건'으로 내건 상태다. 이와 관련해서도 김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통화 스와프 관련) 논의가 있었다"면서 "진전이라기보다 상호 간에 우리 외환 시장이 이 딜로 인해서 받는 충격이라든지 영향에 대해 나름대로 공감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무제한 통화 스와프 체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무제한 통화 스와프 이런 식으로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이 딜이 외환 시장에 굉장히 큰, 민감한 문제구나 하는 부분들에 대해 서로 공감대를 가져갔다"고 밝혔다.
10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차 경주를 찾기 전에도 한미 간 추가 협의가 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6∼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이달 28일 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시진핑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을 위해 이달 29일 경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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