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가 지속되면서 현대차그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경쟁 차종보다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대를 유지하며 현지 소비자를 공략했던 전략이 힘을 잃고 있는 셈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유럽·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만 하향 조정되며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이익률 하락을 감소하더라도 가격 인상을 자제해 점유율 확보에 우선점을 두겠다는 전략이다.
日 이어 유럽까지 관세 하락
가격 경쟁력 확보 어려워져
가격 경쟁력 확보 어려워져
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일본에 이어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까지 기존 27.5%에서 15%로 낮추면서 현대차·기아가 현지에서 가지고 있던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의 미국 베스트셀링카이자 준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싼이 대표적이다. 현재 투싼의 미국 판매가격은 2만 9200달러(약 4080만 원)로 경쟁 차종인 폭스바겐 티구안(3만 245달러·4234만 원)과 도요타 라브4(2만 9800달러·4172만 원)에 비해 1~3%가량 저렴했다. 다만 미국의 25% 관세를 가격에 그대로 합산하게 되면 투싼의 가격은 3만 6500달러(약 5112만 원)로 비싸진다. 15% 관세가 적용된 티구안(3만 4782달러·4869만 원)과 라브4(3만 4270달러·4798만 원)의 가격을 뛰어넘는 것이다.
투싼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본 소비자가격이 4만 8985달러(약 6860만)인 제네시스 GV70은 기본 소비자가격이 1000달러 이상 높던 BMW의 X3보다 3000달러 이상 비싸진다. 현재 울산 공장에서 전량 생산되는 현대차의 소형 SUV 코나와 화성공장에서 생산되는 기아 니로도 같은 차급인 폭스바겐 타오스와 비슷한 가격에서 각각 2300달러, 4300달러 더 높게 책정된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부담하는 비용은 한 달에만 7000억 원에 달한다. 이미 올 상반기 1조 6000억 원을 감당한 상황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비용을 차량 가격에 일부라도 반영하지 않으면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나 점유율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 커지는 가운데서도
현지 가격 인하하며 적극 공략
현지 가격 인하하며 적극 공략
현대차그룹은 이같은 위기에서도 미국 현지에서 파격적인 할인을 단행하는 등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가 지난달을 기준으로 종료된 이후 아이오닉5의 현지 가격을 인하했다. 현대차 미국 법인은 1일(현지 시간) 아이오닉5의 2026년형 모델의 판매가를 최대 9800달러(약 1370만 원) 낮추고 2025년형 모델에는 7500달러의 현금 할인을 제공한다. 보조금 폐지로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급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과감한 할인 정책으로 기존 가격을 유지해 수요를 묶어두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수익성 하락을 감수하되 입지를 넓히는 현대차그룹의 전략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올 3분기 미국에서 지난해 동기 대비 12.0% 증가한 48만 175대를 기록하며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4월부터 시행된 미국의 25% 관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판매 가격을 동결해 점유율 확대에 나선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양사의 전기차 판매량은 1만 7269대로 지난해 동월 대비 98.3% 급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