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글래스가 인공지능(AI)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차세대 디바이스로 부상하며 빅테크 기업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과거 구글이 실패를 맛봤던 이 스마트글래스가 생성형 AI와 결합하면서 활용성이 대폭 향상된 것이 배경이다. ‘AI 지각생’ 애플도 최근 스마트글래스 시장 공략을 위해 확장현실(XR) 헤드셋 개발 전략을 수정하는 등 스마트글래스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 XR 전략 재편…스마트글래스로 방향 선회
이달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애플이 AR 스마트글래스 개발을 위해 자사 XR 헤드셋인 ‘비전프로’ 개편을 일시 중지하고 스마트 안경 개발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애플은 2027년 출시를 목표로 1세대 비전프로 대비 더 저렴하고 가벼운 변형 모델(N100)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해당 프로젝트 인력을 스마트글래스 개발에 재배치한 것이다.
애플은 두 가지 유형의 스마트 안경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는 N50이라는 모델명을 가진 것으로 자체 디스플레이는 없다. 나머지 하나는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기기로 당초 2028년 공개가 목표였지만 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지난해 2월 자사 첫 비전 프로를 3499달러에 출시하며 이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으나, 지난해 22만대 수준의 판매에 그치며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뒀다. 애플은 재고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비전 프로의 공장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애플이 이같이 전략을 선회한 배경에는 XR 기기가 높은 가격과 무거운 중량 등이 한계로 지적받는 상황에서 AI를 탑재한 스마트글래스가 차세대 디바이스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글래스는 헤드셋에 비해 휴대성이 뛰어나고 일상에서 착용이 용이해 대중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AI와 결합하면 스마트글래스를 통해 실시간 번역, 길 안내, 음성 명령 등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을 핸즈프리로 구현할 수 있어 차세대 모바일 기기로서 잠재력이 크다.
메타, 디스플레이 탑재한 3세대 레이밴 출시
이 분야 선두주자인 메타는 최근 더욱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메타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열린 연례 개발자 행사 '메타 커넥트 2025'에서 처음으로 디스플레이를 내장한 소비자용 스마트글래스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가격은 799달러로 책정됐으며, 손목에 착용하는 '뉴럴 밴드'가 함께 제공된다.
이 밴드는 신경 기술 기반으로 작동해 엄지나 검지를 집거나 손가락을 밀고 탭하는 등의 손동작으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안경 화면으로 영상을 시청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할 수 있으며, 디스플레이는 사용자의 시야를 가리지 않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사라진다.
메타는 2021년 9월 레이밴과 협업해 만든 첫 스마트글래스 ‘레이벤메타’의 2023년 2월까지 판매량이 약 30만대에 불과했으나, 2023년 10월 2세대 출시 이후 2024년 판매량은 200만대에 달했다. 레이벤의 모회사 에실로룩소티카의 프란체스코 밀레리 최고경영자는 "불과 몇 개월 만에 2세대 제품의 판매량이 1세대 제품의 누적 판매량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구글·삼성, 2026년 공동 출시 목표
구글과 삼성전자(005930)는 안드로이드 XR 글래스를 2026년 출시할 계획이다. 구글의 AR·XR 책임자 샤람 이자디는 최근 TED 강연에서 안드로이드 XR 글래스를 공개하며 실시간 번역, 책 스캔, 물건 찾기 기능 등을 시연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구글과 협력해 개발한 XR 헤드셋인 '프로젝트 무한'을 출시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스마트글래스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양사가 협업한 스마트글래스는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가 통합돼 독립형으로 작동하며, AI 기반 실시간 다국어 번역, 지도 길찾기, 음성 명령, 상황 인식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구글은 2013년 '구글 글래스'라는 스마트안경을 출시했지만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와 높은 가격으로 단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를 탑재하고 안드로이드 개발자 생태계를 활용해 10년 전의 실패를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증강현실(AR) 스마트안경 시장이 올해부터 반등하며 2026년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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