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30일 건설 하도급 현장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하도급대금 연동제 적용 범위를 에너지 비용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산업용 전기요금과 연료비 급등으로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원자재뿐 아니라 전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승분까지 하도급 대금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세종시의 한 공공임대주택 건설 하도급 공사 현장을 찾아 중소 건설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취임 직후부터 진행해온 릴레이 현장 간담회의 다섯 번째 일정으로, 건설 하도급 업계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하고 정책 방향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 건설업체들은 “하도급대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거나, 원청이 불공정 계약을 강요하는 관행이 여전하다”며 지급 안정성 강화와 연동제 실효성 제고를 강하게 건의했다. 전문건설협회 역시 “에너지 비용 전가 문제와 대금 미지급 관행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공정위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하도급대금 연동제는 2023년 도입돼 원자재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하도급 대금도 자동으로 조정되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재 법상 적용 대상은 철강·레미콘 등 주요 원자재에 한정돼 있어, 전기요금이나 연료비처럼 최근 급등세를 보이는 에너지 비용은 제외돼 있었다.
특히 산업용 전기 판매단가는 최근 2년간 급격히 상승했는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중소 하도급업체들이 떠안아야 했다. 실제로 지난해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에너지 비용을 연동 대상에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해 현장에서는 제도 공백이 지속돼 왔다.
공정위가 이번에 에너지 비용까지 연동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앞으로는 중소기업이 전기요금·연료비 급등 시에도 하도급 대금 조정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높은 시기마다 반복돼 온 중소기업 비용 전가 구조를 일정 부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하도급 업체가 일한 대가를 제때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지급보증제도를 포함한 보호 장치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원청이 지급을 미루거나 회피해도 하도급업체가 직접 대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또한 건설 현장에서 반복되는 산업재해 문제에도 대응하기로 했다. 주 위원장은 “원청이 산업안전 비용을 하도급업체에 전가하는 관행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며 “법 위반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제재 손실이 더 크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직권조사를 통해 적발 시 엄정하게 제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주 위원장은 “중소기업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면 현재의 성과는 물론 미래의 성장까지 가로막히게 된다”며 “우리 경제의 진짜 성장을 위해서는 하도급 현장에서부터 상생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는 시장의 불공정 행위에 적극 대응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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