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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인재·자본 다 갖춰…美 한인 벤처 생태계 '빅뱅' 온다[스케일업 리포트]

■쏟아지는 현지 창업 스타트업

바이오·생성형AI 등 분야 막론

VC들, 수천억 펀드로 집중투자

"韓창업자, 두뇌·근성 인정받아"

실리콘밸리 유망 투자처로 주목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한인 창업자와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들이 함께 힘을 모으면서 현지 한인 벤처 생태계도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글로벌 공략을 위해 미국에서 창업하거나 해외 진출을 결심한 한인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들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한국과 미국 VC들 역시 적극적으로 전용 펀드 조성과 투자처 물색에 나서면서다. 또 한인 창업자들이 기존 시장을 혁신할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면서 현지 기업과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점도 생태계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진에딧, 혁신적 기술로 '승부수'


미국에서 한인이 창업한 기업 중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곳으로는 유전자 의약품 관련 플랫폼을 만드는 '진에딧'이 꼽힌다. 진에딧은 미국 UC버클리에서 함께 수학한 이근우·박효민 공동대표가 2016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했다. 창업 초기 세계 최대 VC로 꼽히는 세콰이어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세콰이어캐피탈은 여전히 진에딧의 후속 투자 유치 때마다 참여하면서 높은 신뢰 관계를 형상하고 있다. 또 진에딧은 지난해 글로벌 제약회사 로슈그룹의 제넨텍과 최대 8400억 원 규모의 공동연구·라이선스 계약에도 성공했다. 향후 공동 개발을 통한 신약 개발에 성공한다면 해당 수천억 원의 계약 금액이 순차적으로 회사로 유입될 전망이다.

진에딧이 이처럼 미국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존의 치료제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혁신적인 기술이 있다. 대표 기술이 '나노 파티클'이다. 기존 유전자 치료제가 대부분 경구 투약 방식인 반면 진에딧은 해당 치료제들을 주사제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치료제 성분들을 나노 입자로 만들어 주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한 장기와 신체 부분에 치료제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장점이다. 이를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치료제가 다른 장기에 잘못 전달돼 생기는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이근우 진에딧 대표는 최근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기존의 치료제 개발 기술을 CPU에 비교한다면, 우리가 만드는 나노 파티클 기술은 GPU라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치료제 기술의 혁신을 넘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에딧은 제넨텍과의 나노 파티클 기술을 활용해 자체적인 신약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자가면역 치료제를 시작으로 항암제 시장에서 도전장을 던지겠다는 계획이다. 자가면역 치료제의 경우 수년 안에 임상에 착수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박효민 대표는 "우리의 나노 파티클 기술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면서 "앞으로 전 세계 바이오 시장에 큰 임팩트를 주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근우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잘 갖춰진 한인 창업 인프라에 대해 강조했다. 이근우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 생태계는 진에딧 창업 초기인 9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면서 "창업 자체가 힘든 일이지만 지금의 실리콘밸리 인프라를 생각하면 난이도 측면에서 미국에서 창업하는 것이 한국에서 창업하는 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우 대표는 미국 한인 벤처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선배 창업자들의 역할을 꼽았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눔, 몰로코, 센드버드 같은 성공한 한인 스타트업 사례가 나오면서 미국 창업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며 "표현하자면 과거에는 야생과 같았다면 지금은 선배들이 길을 닦아놓은 덕분에 등산로가 잘 정비된 산으로 바뀐 것처럼 창업자들이 훨씬 수월하게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김진우 라이너 대표가 미국 시장 진출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라이너 '시장분석' 전략으로 두각


생성형 AI 기업 라이너도 미국 시장에 진출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 중 하나다. 회사 설립은 2012년 한국에서 이뤄졌지만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미국 시장 문을 두드려 왔다. 라이너의 AI 검색 서비스인 '라이너'는 현재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1200만 명의 사용자 수를 확보하고 있으며, 해외 사용자 비중이 90% 수준으로 파악된다. 특히 미국 대학생들의 가입률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라이너에 따르면 미국 서부의 명문대인 UC버클리의 학교 공식 이메일 계정으로 가입한 사용자가 재학생의 10%에 달한다.

라이너가 미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현지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서비스 개발을 진행한 덕분이다. 라이너가 탄생한 곳은 미국 산호세다. 김진우 라이너 대표는 2015년 공동창업자와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로 무작정 넘어가 라이너 개발을 진행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사용자가 웹페이지 내 중요한 텍스트에 밑줄을 그을 수 있도록 하는 '웹 하이라이팅' 서비스다. 이후 지속적인 진화를 거쳐 2023년에 이르러서는 지금의 AI 검색 서비스로 변화했다.

처음부터 라이너를 모바일이 아닌 웹 기반 서비스로 시작한 이유는 미국 사용자들의 소비 행태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사용자들은 대중교통이 아닌 자동차를 이용해 대학이나 직장에 출근하기 때문에 모바일보다는 웹서비스 수요가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김진우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전 세계 테크 스타트업의 중심인 미국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무작정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구해 서비스 개발을 시작했었다"면서 "당시 사소하지만 미국 사용자들의 행태를 관찰해 서비스에 접목한 것이 라이너 서비스가 해외에서도 널리 쓰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라이너는 글로벌 시장에서 넘어야 할 대상으로 '구글'을 꼽고 있다. 검색 분야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거느린 구글을 뛰어넘어야만 '가장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설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우리가 추구하는 AI 검색 분야에서의 뾰족함을 계속해서 추구한다면 10년 안에는 구글을 뛰어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했다.

전병곤 프렌들리AI 대표. 사진 제공=서울대학교


프렌들리AI, 대형VC 업고 도약


인공지능(AI) 추론 플랫폼 기업 프렌들리AI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주목하는 한인 창업 스타트업이다. 전병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2021년 설립했으며, 2023년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AI 시장 공략에 뛰어들었다. 프렌들리AI는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보다는 AI 모델 배포와 AI 에이전트 개발을 돕는 플랫폼을 개발·서비스 하고 있다. 초대형 AI 모델을 쉽고 간편하게 배포할 수 있도록 돕는 '프렌들리 스위트'와 자체 개발 추론 솔루션인 '프렌들리 엔진'이 대표 제품이다.

프렌들리AI는 미국 법인 약 2년 만인 지난 8월 해외 유수의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당시 약 2000만 달러(279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미국 대형 VC인 시에라벤처스와 얼럼나이벤처스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KB인베스트먼트와 캡스톤파트너스가 투자금을 보탰다. 한 실리콘밸리 VC 업계 관계자는 “유망한 기술력만으로 초기 단계 AI 스타트업이 해외 투자 유치를 이끌어 낸 사례”라면서 “그만큼 한국 스타트업이 가진 AI 기술력에 대해 해외 VC들이 관심이 높다는 것이 증명됐다”라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VC들이 한인 창업 스타트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관련 생태계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제파트너스 등 몇몇 VC는 현지의 한인 창업 스타트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수천억 원 규모 펀드 조성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아울러 실리콘밸리 주요 VC들에 한인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여럿 포진해 있기도 하다. 미국 VC인 알토스벤처스의 윤태중 파트너는 "스타트업의 경우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하는 것이 중요한데, 한인 창업자들은 좋은 두뇌와 근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여기에 어학 실력과 미국 시장에 대한 이해만 갖춘다면 미국 시장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미국 VC인 스파이더캐피탈의 지민수 파트너는 "한국 스타트업들에 대한 위상이 실리콘밸리 내에서 많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체감한다"면서 "스파이더캐피탈도 유망한 한국 스타트업을 찾아 투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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