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컬리가 손잡고 ‘새로운 장보기’로 쿠팡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네이버는 컬리와 협업을 시작으로 인공지능(AI)을 통한 맞춤형 쇼핑을 강화해 단골 고객을 확보하고, 컬리는 4000만 이용자를 보유한 네이버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다. 쿠팡이 독주하는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양사의 협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윤숙 네이버 쇼핑사업부문장은 9일 네이버스퀘어 종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프리미엄 장보기 시장에서 가장 풍부한 사용자층을 가진 컬리와의 파트너십을 시작했다”며 “이제 네이버에서도 고객들이 새벽 배송은 물론 그때그때 필요한 소용량 상품을 담아 장보기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컬리가 손잡고 4일 선보인 ‘컬리N마트’는 컬리의 신선상품을 네이버에서 주문해 새벽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이라면 2만 원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이 가능하다. 또한 이달 초부터 컬리의 물류자회사 컬리 넥스트마일이 네이버풀필먼트얼라이언스(NFA)에 합류해 스마트스토어 상품의 새벽배송도 시작했다.
네이버는 컬리 뿐만 아니라 우버택시와도 제휴해 이달 말 구체적인 멤버십 혜택을 공개할 예정이다. 네이버가 이처럼 외부 제휴를 넓히는 데는 네이버 쇼핑에 적극적인 단골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단골 고객이란 네이버에 입점한 셀러를 구독하고 할인 행사 등 알림을 받는 이용자를 뜻한다. 현재 8억 1000여 명의 단골을 구축한 네이버는 내년까지 이를 10억 명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네이버가 AI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쇼핑 경험을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네이버는 4분기 내 쇼핑 앱의 홈 화면에 개인별 맞춤 추천영역을 강화하는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버 블로그, 카페 등의 풍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디지털, 가전 등에 한정했던 AI 쇼핑가이드를 캠핑, 등산으로 확장하는 등 고도화된 AI 쇼핑 에이전트를 내놓을 계획이다.
컬리는 네이버와의 제휴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이날 네이버를 상징하는 녹색 가디건을 입고 간담회에 참석해 “이번 제휴로 거래액과 매출 성장의 기반을 만들었다”고 자신했다. 기존에 컬리를 이용하지 않았던 신규 고객 유치가 가능할 뿐 아니라 네이버 입점한 셀러의 새벽배송 수요까지 확보할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은 오늘 주문 시 내일 아침에 상품이 와 굉장한 구매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셀러들은 물류와 배송 인프라를 확대해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함으로써 수익성이 확대되고, 운영자 입장에서는 인프라의 효율화와 재무 성과의 개선을 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네이버와의 사업 성과에 따라 컬리의 기업공개(IPO)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컬리는 경기 침체로 투자 심리가 꺾이고 적자가 지속되면서 2023년 IPO를 연기했다. 이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31억 원을 내는 등 수익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대표는 “(IPO 재도전은) 시장 환경이 잘 맞아야 한다”며 “(환경이 마련됐을 때) 사업이 잘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컬리 본체의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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