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경직된 노동 규제로 혁신 속도와 산업 생태계가 모두 중국에 뒤처지면서 신차를 만드는 데 중국보다 2배 이상 긴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가 혁신 기술을 실험할 무대를 마련해주고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연구개발(R&D)을 수행하는 중국의 산업 생태계를 따라잡을 수 있는 규제 개혁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경제인협회는 8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컨퍼런스센터에서 ‘중국발 산업혁신과 전기차 대전환’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중국 기업은 불과 1년 반 만에 신차를 내놓지만 우리 완성차 업체는 여전히 3~4년이 소요되고 있다”면서 “속도의 차이가 시장 주도권과 산업 생태계 우위를 갈라놓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이는 단순히 생산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선점과 생태계 구축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중국 기업들의 혁신을 이끌어낸 중국 정부의 산업 정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노은영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 정부는 규제와 허가를 하기 전에 기술의 사회적 효용성을 관찰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며 유예를 통해 실험을 허용한다”며 “한국 정부에는 초기 실험을 허용하고 사후적으로 규율하는 정책 설계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과 한국의 근로시간 차이가 혁신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 또한 거듭 제기됐다. 한국이 주52시간 규제에 발이 묶인 사이 노동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국이 기술 역량을 더 빨리 쌓고 있다는 것이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업체들은 하루 2교대, 주6일 근무 체제로 R&D를 집중하며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며 “중국 내 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업들은 제2의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진수 HMG경영연구원 실장도 “중국 시장에서 업계 1위 기업인 화웨이, CATL, BYD 등이 경쟁하면서 ‘전동화,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자율주행’에서 혁신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류성원 한경협 산업혁신팀장은 “중국은 오랜 기간 과학기술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제조 2025’의 핵심 기술 10대 목표를 대부분 달성했고 이제 새로운 10년 계획인 ‘중국 표준 2035’ 계획을 추진한다”며 “우리도 과학기술이나 기술혁신 등 이념과 상관없는 경제정책을 추진할 때는 일관성과 정책 신뢰도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