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인공지능(AI) 서버를 짓는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이 민간에 더 유리하게 변경된다. 이재명 정부의 AI 3강(G3) 목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기업들이 저조한 사업성 탓에 외면 중인 사업의 조건을 파격적으로 바꿔 유인책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요구해온 AI 규제 유예 방침도 확정됐다. ★본지 9월 5일자 14면 참조
대통령 직속 ‘국가AI전략위원회’는 8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첫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안건 4개를 심의·의결했다. AI전략위는 범정부 AI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이날 공식 출범했다. 우선 ‘AI고속도로 구축을 위한 국가 AI컴퓨팅 센터 추진 방안’에 따라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이 민간에 더 유리한 구조로 개편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수만 장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짓어 국내 AI 개발사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미 비싸진 GPU를 비싸게 사서 국내에 저렴하게 공급해야 하는 공공사업 한계로 주요 대기업들이 참여를 꺼려왔다.
AI전략위는 사업 주체인 민관 합작법인(SPC)의 민간 지분을 49%에서 70% 이상으로 대폭 높이기로 했다. 원래 민간 사업자는 과반 지분을 갖지 못해 정부 의사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개편을 통해 주도권을 갖고 수익성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 역시 민간에 불리한 조건이었던 국산 AI반도체 도입 의무와 정부가 원할 때 공공 지분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매수청구권도 삭제됐다. 민간이 부담하는 SPC 출자금도 기존 2000억 원 규정을 없애고 스스로 정할 수 있게 했다. 정책금융도 늘려 총 2조 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부터 다음달 21일까지 사업자 재공모에 들어가 사업자를 선정하고 내년 상반기 내 SPC를 설립할 계획이다.
업계는 이번 조치에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AI 데이터센터 사업 진출에 부담이 있어 후속대책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변경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본다”며 “다만 데이터센터 규제 완화와 같은 제도 개선을 통해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 사업자의 부담을 지속적으로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AI전략위는 AI기본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계도기간을 도입하는 ‘AI기본법 하위법령 제정 방향’도 확정했다. 위반 시 최대 3000만 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일정 기간 유예해주겠다는 것이다. 계도기간은 의견수렴을 통해 추후 정해질 예정이다. 내년 초 시행되는 AI기본법은 ‘고영향AI’에 대한 제재 조항을 담아 자칫 포괄적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이에 업계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유예기간과 함께 고영향AI를 구체화하는 하위법령을 서둘러 마련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해왔다. AI전략위는 이달 중 하위법령 초안을 공개하고 다음달 초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포괄적 AI 정책인 ‘대한민국 AI 액션플랜’도 11월까지 수립한다.
AI전략위에는 임문영 더불어민주당 디지털특별위원장이 부위원장으로, 그외 산·학·연 전문가들이 민간 위원으로 대거 합류했다. 조준희 한국AI·소프트웨어협회장, SK텔레콤 사외이사를 맡은 오혜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부 교수, AI 신약개발 기업 갤럭스 대표인 석차옥 서울대 화학부 교수 등 분과장 8명이 임명됐다.
이 대통령은 “과감히 앞으로 나아가며 미래를 선도하면 AI는 산업 전반의 체질을 선진화하고 대한민국을 새로운 번영의 시대로 이끄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도태할 위험에 노출된 추격자 신세가 될 것인지 무한한 기회를 누리는 선도자가 될 것인지 우리 대한민국은 거대한 역사의 변곡점 위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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