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 폐지된 종목의 정리매매 기간 평균 손실률이 93%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매매 기간에는 가격 제한폭이 적용되지 않아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시세 조종을 하는 이른바 ‘작전세력’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증권 업계에서는 상장폐지 종목의 리스크를 충분히 따져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을 제시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8월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된 기업 16곳 중 자진 상장 폐지를 결정한 SBI핀테크솔루션즈를 제외한 15곳의 평균 가격 하락률은 92.8%에 달했다. 이는 이들 상장 폐지 기업의 정리매매 직전 종가와 종료일 종가를 비교한 결과다. 하락률이 비교적 낮았던 대유(-40.9%)와 이큐셀(-87.4%)를 제외하면 상폐 종목의 하락률은 모두 90%를 넘겼다. 셀리버리(-99.8%), 한송네오텍(-99.3%), 골든센츄리(-99.0%) 등 손실률이 100%에 가까운 기업이 다수였다.
정리매매는 상장 폐지가 결정된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가 주식을 처분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 기간 내에는 가격 제한폭이 적용되지 않아 초단타 매매로 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것인데 일부 종목은 단기간 폭락했다가 반짝 반등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추세에 따라 단기 반등을 노리고 단기 투자를 하는 투자자가 일부 있지만 대부분 기업은 가격 반등 후에 다시 폭락 장세를 이어갔다. 6월 10일 88.2% 급락 후 11일 68.4% 상승했다가 결국 정리매매 전 가격의 2% 수준으로 주가가 떨어진 엠에프엠코리아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정리매매에 들어선 이그룹 3개사 주가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화전기는 3일 182.6% 올랐지만 4일 39.6% 하락하는 등 급등·급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증권 업계에서는 이렇게 변동성이 커지면 투기성 거래가 많아지고 시세 조종을 목적으로 하는 작전세력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리매매 종목의 단기 상승 배경은 투기성 매물”이라며 “반짝 상승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결국은 본래 가치로 회귀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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