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의 미국 빅테크와의 구동모터코어 수주는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될 것을 대비해 일찌감치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산 소재를 계속 사용할 경우 미국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공급망 다변화를 꾸준히 시도해왔고 이번 미국 최대 전기차 업체와의 6000억 원 규모 공급계약 이전에도 유럽과 미국에서 잇따라 계약을 따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30년 구동모터코어 글로벌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2022년 연 100만 대에서 2030년에는 750만 대 이상으로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세울 수 있었던 바탕이 희토류 공급망의 다변화였다. 희토류는 구동모터코어뿐 아니라 스마트폰, 총알과 전투기 등 첨단 제조업에 두루 사용된다. 문제는 중국이 전 세계 생산의 69.2%, 정제·가공의 92.3%를 점유하고 있어 ‘자원 무기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역시 지난해 사용한 희토류 중 80%를 수입했는데 이 중 70%가 중국산일 정도였고 2018년 미중 갈등이 심화되던 시기 중국은 여러 차례 희토류의 대미 수출 제한을 언급하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하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봤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북미·호주·아시아 업체들과 개별 접촉해 25개사와 희토류 공급 협력 체계를 구축했으며 그 결과 지금까지 8500톤의 영구자석 계약을 맺었다. 3000억 원 규모의 추가 계약도 추진할 정도로 공급망을 안정화시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2022년 한국·일본·인도 등 14개국과 광물 안보 파트너십을 출범하며 희토류 동맹을 구축하고 있어 탈중국 공급망 독립에 성공한 기업들에 대한 희소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희토류 공급망 독립의 성공은 구동모터코어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번 수주 이전에도 현대자동차 유럽향 물량 168만 대와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향 272만 대 계약을 순차적으로 맺었다. 지금까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33년까지 3500만 대를 공급하는 누적 수주 계약을 맺으며 중장기 성장 로드맵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생산거점도 공격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한국 포항·천안에서 구동모터코어를 생산하고 있고 멕시코 라모스아리스페 1공장을 2023년 가동한 데 이어 2공장을 하반기 중 완공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에는 폴란드 신규 공장을 착공해 올해 4분기 중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인도에서도 30만 대 분량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인도 거점도 아시아 신흥 수요에 대응해 올해 3분기 최초로 4륜 구동모터코어 신규 프로젝트 수주를 앞두고 있다”며 “멕시코 공장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원산지 규정 대응과 미국 남동부 전기차 클러스터와의 공급망 시너지를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희토류뿐 아니라 전기차용 배터리 음극재의 핵심 원료인 흑연 공급망의 다변화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마헨게 광산의 소유사인 호주계 광산 회사 블랙록마이닝과 4000만 달러의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연내 착공할 예정이다. 음극재의 핵심 원료인 흑연은 중국의 점유율이 90%라 비(非)중국 공급망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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