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 원으로 확정했다. 연평균 지출 증가율을 3.5%로 묶었던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3년 만에 확장재정으로 뒤집은 것이다. 정부는 증가한 지출의 상당 부분을 적자 국채 발행 등으로 조달할 계획이어서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내년 예산안에서 총수입은 674조 2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3.5%(22조 6000억 원) 늘리고 총지출은 54조 7000억 원(8.1%) 확대한 728조 원으로 편성했다. 지출 증가액은 역대 최고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빚을 내 돈을 풀어서라도 경기의 불씨를 되살리고 미래 성장 동력까지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대전환 △신산업 혁신 △지방 거점 성장 등 초혁신 아이템을 발굴해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분야별로는 보건·복지·고용에 가장 많은 269조 1000억 원을 배분하고 이어 △일반·자치행정(121조 1000억 원) △교육(99조 8000억 원) △국방(66조 3000억 원) △연구개발(R&D·35조 3000억 원) 순으로 지출한다.
다만 세입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지출을 크게 늘려 국가 재정 전반에는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수입 증가율은 3.5%에 불과해 지출 증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내년 109조 원으로 불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도 4.0%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적자 비율을 GDP 대비 3% 이하로 관리한다는 재정준칙도 사실상 폐기됐다. 내년 국가채무는 141조 8000억 원 늘어난 1415조 2000억 원까지 증가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잠재성장률이 낮은 상황에서 총지출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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