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슈퍼마켓(SSM)이 경기 불황에도 신선식품의 경쟁력과 빠른 배송을 앞세워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SM과 마찬가지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사용처에서 제외된 대형마트가 역성장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중간 규모인 SSM은 오프라인 쇼핑 수요를 더 흡수하기 위해 매장을 늘리는 등 고객 접근성을 확대하는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해 하반기 SSM ‘에브리데이’의 신규 점포를 최소 4개 오픈할 예정이다. 신규 점포들은 직영점이 아닌 대부분 가맹점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이마트는 전체 에브리데이의 점포 240개 중 가맹점이 13%에 그칠 정도로 직영점의 비중이 크다. 최근 들어 수익이 적은 직영점을 줄이고 신규 점포를 프랜차이즈로 오픈하고 있다. 올해 이태원점, 인천청라점, 인덕원자이점 등이 문을 열면서 에브리데이의 프랜차이즈 점포는 지난해 23개에서 올해 상반기 31개로 늘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더프레시’는 SSM 매장 확대에 더욱 적극적이다. GS더프레시는 2023년 434개에서 올해 상반기 550개로 2년도 안 돼 100개 이상의 매장을 추가했다. 올해는 6개월 만에 19곳의 신규 매장이 문을 열었다. 회사가 적극적으로 가맹점을 유치한 결과다. 또 롯데슈퍼는 올해 상반기 343곳,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300곳이 영업 중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SSM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월별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SSM은 올해 2월을 제외하고 모두 전년 동월 대비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편의점·백화점이 올해에만 네 차례, 대형마트가 다섯 차례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경기 불황, 고물가의 여파를 비켜가지 못한 것과 상반된다. 7월 매출 역시 SSM은 전년 동월 대비 1.8% 증가한 반면 대형마트는 2.4% 감소했다. 지난달 본격 지급된 소비쿠폰이 대형마트와 SSM에서는 사용이 막혀 양쪽 모두 매출 타격을 우려했지만, 정작 희비는 엇갈린 것이다.
이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SSM을 찾는 고객들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불황일수록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서 많은 양을 싸게 구매하기보다 집 근처 수퍼에서 필요할 때마다 소량 구매하는 경향을 보인다. 1~2인 가구가 늘어난 점도 이 같은 소비 트렌드를 부추긴다. 이마트가 최근 선보인 자체 브랜드(PB) ‘오케이 프라이스(5K PRICE)’의 경우 에브리데이에서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관련 매출이 기존 에브리데이 전용 PB인 ‘생활의딜’과 ‘노브랜드’를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5K PRICE는 신선식품, 생활용품 등의 양을 줄여 가격을 5000원 이하로 조정해 판매하는 상품들이다.
SSM 점포마다 집 앞까지 상품을 배달해주는 퀵커머스를 도입해 배달 편의성을 높인 점도 매출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2분기 GS리테일의 슈퍼 사업 부문 매출이 일 년 전보다 8.3% 뛴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형마트의 위기는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체 유통채널 중 대형마트의 매출 비중은 올해 2월부터 6개월 내내 10~11%대에 머무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SSM처럼 동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점포를 공격적으로 개점하기는 어렵다”며 “그간 대형마트의 경쟁력으로 꼽히던 양질의 신선식품 쇼핑이 SSM에서도 가능한 데다가 온라인 채널도 빠르게 치고 올라와 대형마트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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