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가 약세를 이어가고 거래 대금마저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을 내 증시 투자)’ 규모는 22조 원을 돌파하면서 연내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그간의 상승분을 반납하는 과정에서 개인들의 저가 매수 욕구가 신용거래융자 잔액을 끌어올리는 양상이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한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2조 238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15조 6823억 원) 대비 41.81% 늘어난 수준이다. 앞서 11일에 올 들어 처음으로 22조 원을 넘어선 후 닷새 연속으로 연중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주식 투자 목적으로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린 후 갚지 않은 금액이다. 이달 초 증시 부양을 역행하는 세제 개편안의 충격으로 6일까지 감소세를 보였지만 7일부터 반등 전환하면서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달(1~18일)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15조 9677억 원으로 지난달(18조 8677억 원)보다 줄었음에도 빚투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시장별로는 코스피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47.29% 증가하면서 코스닥의 증가율(31.21%)을 크게 웃돌았다. 이달 14일 기준 잔액이 가장 많은 종목은 삼성전자(005930)(7294억 원), 두산에너빌리티(034020)(7039억 원), 네이버(NAVER(035420)·6330억 원), SK하이닉스(000660)(4248억 원), 셀트리온(068270)(3710억 원) 순이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바이오주에 빚투가 집중됐다. 4412억 원으로 압도적인 1위에 오른 알테오젠(196170)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올 들어 무려 2740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증가액 2위에 오른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871억 원)의 3배를 상회하는 수치다. 이 외에도 삼천당제약(000250)(1862억 원), 리가켐바이오(141080)(1021억 원), 에이비엘바이오(298380)(1010억 원) 등이 잔액 1000억 원대를 돌파하며 순위권에 올랐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 대비 신용융자 잔액의 비율도 약 33%로 연초보다 5%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보통 빚투 규모는 장세와 연동돼 동반 등락하는 흐름을 보인다”며 “이번엔 정책 실망감 등으로 시장이 조정을 받는 가운데 개인들의 단기 저가 매수세로 인해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오히려 불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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