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를 중심으로 일상 속 소지품을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꾸미는 ‘O꾸(OO+꾸미기)’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X세대의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폰꾸(휴대폰 꾸미기)에서 시작된 꾸미기 문화는 최근 '뾰꾸(뾰루지 꾸미기)', '귀꾸(귀 꾸미기)', '우꾸(우산 꾸미기)' 등으로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모양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O꾸'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자신이 직접 꾸민 소지품을 소개하는 게시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O꾸 열풍에 서울경제신문도 올라타 봤다. 최근 Z세대에게 관심이 뜨거운 '우꾸(우산 꾸미기)'를 인턴기자가 직접 경험해봤다.
'우꾸' 직접 해보니…
본격 꾸미기에 앞서 재료부터 준비했다. 세븐일레븐의 투명 우산(5000원)과 다이소에서 파는 각종 장식 부자재들(총 12000원)을 구입했다. 장식은 반투명 스티커, 네일 데코 스티커, 마스킹 테이프, 비즈 구슬, 네일 매니큐어 등 다양하게 준비했다.
스티커를 우산 비닐 표면과 손잡이 부분에 원하는 대로 붙이고, 우산 살 끝에 위치한 팁에는 형형색색의 큐빅 스티커들을 붙였다. 평소 헬로키티 캐릭터와 분홍색을 선호는 기자는 취향대로 스티커의 색과 모양을 골라 우산에 배치했다.
손잡이와 우산 꼭지엔 투명 글리터 매니큐어를 칠해 은은한 광택을 만들어줬다. 마지막으로 비즈 구슬과 인형을 결합해 직접 만든 키링을 손잡이에 달아주면 우꾸는 끝이다.
남은 꾸미기 재료는 '쿠꾸(쿠션 팩트 꾸미기)'에 사용했다.
직접 꾸민 우산을 사용해 보니,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우산이 화려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시간을 들여 취향대로 꾸민 만큼 우산에 애착이 들기도 했다.
'뾰꾸', ‘귀꾸’, ‘폴꾸’, ‘키꾸’… 다음 O꾸는 무엇?
우꾸 외에도 Z세대들의 '인증 욕구'를 자극하는 이색 'O꾸'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뾰꾸(뾰루지 꾸미기)'가 있다.
뾰꾸에 사용되는 트러블 패치는 블랙핑크 로제, 전소미 등이 사용해 젊은 층 사이 패셔너블한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뷰티 브랜드 '닷솔루션'이 다이소에 선보인 ‘뾰꾸템’, '에이솔루션 트러블 패치'는 출시 한 달 만에 품절 사태를 일으켰다.
이혈침을 이용한 ‘귀꾸(귀꾸미기)’ 인기도 뜨겁다.
이혈침 패치는 원래 귀의 혈 자리를 자극해 건강 관리를 돕는 제품이지만, 최근 MZ세대에게 ‘뷰티·패션템’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귀꾸를 경험한 누리꾼들은 '모양도 예쁜데 얼굴 부기도 빠진다', '피어싱보다 붙이기 간편하다' 등의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의 포토카드나 폴라로이드 사진을 꾸미는 ‘폴꾸’(폴라로이드 꾸미기), 기계식 키보드를 꾸미는 ‘키꾸’ 등도 다소 마니아틱한 꾸미기도 일종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Z세대에게 ‘꾸미기’는 “정체성 드러내기 위한 수단”
이처럼 각종 소지품을 활용한 'O꾸' 트렌드는 올해 소비 시장 트렌드로 떠오른 ‘토핑경제’와 '데코덴티티'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데코덴티티는 장식을 뜻하는 ‘데코레이션(decoration)’과 정체성을 의미하는 ‘아이덴티티(identity)’가 결합된 신조어이며, 토핑경제는 피자에 원하는 토핑을 얹듯 추가해 꾸민다는 의미다. 두 단어 모두 기성품에 옵션을 추가해 자신의 취향에 맞춰 제품을 개인화하는 트렌드를 일컫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Z세대에게 꾸미기는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며 "나를 남에게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고민이 꾸미기 문화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엔 뾰루지가 가려야만 하는 존재였지만, 이제는 이런 결점도 나를 설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역이용되고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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